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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쩌나, 막돼먹은 내 자존심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80돌 아이(33)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작가노트

이 글을 쓴 저 자신이 막상 인생 막바지인 80돌이 되다 보니까
가끔은 저의 늙어가는 추한(?) 얼굴 모습을
마누라에게 보이기 싫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뭔 쓸데없는 자존심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나이 먹은 여러분들도 과연 자신만만하게
마누라 코앞으로 얼굴 들이밀며
“나, 늙었지?”
“그래서 추해보이지?”라고 맨 정신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과연 몇이나 될까요?

어느 분은 이런 저의 물음에
“늙는 것은 아름다운 거야”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고차원적인 훈시를 하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같은 평인으로서는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조금 힘이 듭니다.

이만 각설하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아름답기만 하던 꽃송이도 절정이 지나 땅바닥으로 떨어질 때는
색깔도 모양도 참으로 추해보입니다.
인간도 매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생 나이 80을 지나니까 자연적으로
저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왠지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집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이것 또한
저 자신의 학문과 수양이 부족해서 이겠지만 어찌 되었든
저와 한 지붕 밑에서 살붙이고 사는 마누라 앞에서만은
남편의 추한 늙은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들이
계속 저의 가슴 한구석에서 꼼지락거립니다.

때로는 실망스럽고, 안쓰럽고, 짠하고...
오늘도 마누라가 남편을 측은하게 보는 시선을 향해
저의 막돼먹은 자존심은 마누라와 한판 벌이자고
박박 대들고 있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 녀석을.....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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