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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가 코로나 복병? "얕은 물속 어슬렁대는 자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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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온이 올라가면서 워터파크들이 잇따라 개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첫 여름을 맞는 피서객들의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로 퍼지는 건 아닐까’ ‘수영장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나’와 같은 고민이 꼬리를 물면서다. 한편에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워터파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의 복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NYT “물 밖에선 마스크 착용해야” #수영장 물 ‘염소’가 바이러스 약화 #日 수중 마스크 등장, 美 거리두기 #韓 이용객수 제한, 英 레인수 줄여

봉쇄 조치가 완화된 영국 런던에서 지난달 31일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봉쇄 조치가 완화된 영국 런던에서 지난달 31일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 쓰고 수영하면 호흡곤란 위험”

국내외 전문가들은 워터파크나 수영장의 물이 코로나 19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영장 물에 섞여 있는 ‘염소(CL)’ 덕분이다. 물을 소독하는 염소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약화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페럴만 의과대 에브 라우텐바흐 박사는 지난 5일 뉴욕타임스와(NYT)의 인터뷰에서 “염소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킨다. 그러니 물속에 있다는 이유로 감염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19는 오염된 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수인성 전염병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대 메일맨 보건대학원의 바이러스학자인 안젤라 라스무센은 “수영장 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탈리아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이탈리아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는 특성상 물속에서 희석되고, 염소 성분이 바이러스를 약화하는 역할도 한다. 수영하다가 만약 실수로 물을 먹는다고 해도 감염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조심해야 할 대상은 물보다는 ‘사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NYT는 “당신 가까이에 있는 얕은 물에서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물 밖으로 나온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경우 침방울이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쓰고 수영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라우텐바흐 박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영하는 건 익사할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숨쉬기 어려운 물속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할 경우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장을 달리던 학생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스크가 물에 젖을 경우 바이러스를 막는 필터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터파크는 ‘거리 두기’, 실내 수영장은 ‘환기’ 관건  

전문가들은 ‘감염 위험 지대’는 물속이 아닌, 물 ‘밖’이라고 지적한다. 워터파크나 수영장의 탈의실과 매점 등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물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한다. 라스무센 박사는 이처럼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에서 감염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미주리주의 한 수영장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NYT는 또 워터파크나 수영장의 바닥이나 수건, 수영용품 등에도 바이러스가 번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봉쇄 조치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 1일 재개장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실내 수영장. [EPA=연합뉴스]

봉쇄 조치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 1일 재개장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실내 수영장. [EPA=연합뉴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워터파크와 수영장에서도 ‘거리 두기’와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우텐바흐 박사는 “다른 사람과 1.8m 거리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물 밖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라. 물속에선 가급적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 손을 자주 씻고, 바닥과 수영용품 등을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실내 수영장에선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환기’다. 밀폐된 실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는 “환기 시설을 갖추거나 자연 환기가 가능한 실내 수영장들만 개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한국의 한 워터파크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8년 한국의 한 워터파크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이유로 실외에 있는 워터파크가 실내 수영장보다는 감염 위험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공간이 한정된 워터파크와 수영장에서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장객이나 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키이스 닐 영국 노팅엄대 전염병역학 교수는 8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인원을 제한하고,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워터파크와 수영장의 시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英 인원수 제한, 美‧韓 거리 두기 강조  

각국도 구체적인 물놀이 방역 지침을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

수영장을 다음 달에 개장할 예정인 영국에선 동시에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길이 25m인 수영장 레인을 6개에서 3개로 줄이게 했다. 수영하지 않고 수다를 떨거나 물속에서 나와 어슬렁거리는 사람은 수영장 직원의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텍사스의 워터파크에서 두 소녀가 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 텍사스의 워터파크에서 두 소녀가 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물속이나 바깥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과는 1.8m 거리를 두도록 권고했다. 방문객과 직원들 모두 물 밖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용 타월과 물안경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외에도 화장실 샤워실 등을 수시로 소독하게 했다.

한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용자 간에 2m(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라고 권고했고, 물 밖에선 거리 두기가 어려울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워터파크에는 시간대별 이용객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게 했다.

일본의 한 업체가 만든 수중 마스크. 수영 강사가 착용해 침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다. [Rockin' Pool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한 업체가 만든 수중 마스크. 수영 강사가 착용해 침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다. [Rockin' Pool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선 물속에서 쓸 수 있는 ‘수중 마스크’가 등장했다. 일본의 한 수영장 용품 업체가 만든 이 마스크는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이고 고무 끈이 달려있다. 다만 수영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사용할 경우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수영강사와 같은 전문가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수영 강사가 이 마스크를 쓰고 수영 강습을 할 경우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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