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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북한 누적된 불만 터져”…정세현 “김여정 하명법 무식한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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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0일 당시 윤건영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간 핫라인 개통과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4월 20일 당시 윤건영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간 핫라인 개통과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북한의 남북 간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조치의 배경에 대해 “남북 정상간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누적된 불만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하지 않겠다고 남과 북 정상들이 합의한 게 2조 1항에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부 탈북민 단체가 남북 합의를 어기고 대북전단을 뿌려 북한을 자극했다는 얘기다.

윤 의원은 “역지사지 해보면 쉽게 입장이 드러날 수 있는데 우리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상대국가가 모욕하는 전단지 살포를 한다면, 그것도 그 나라가 싫어 나온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면 자극하는 문제임에 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치와 관련해 “현행 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 차단과 관련해선 “아프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4ㆍ27 판문점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하면서 대단히 중요하게 접근했던 게 군 통신선”이라며 “국경지대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서로 통신선을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최소한 안전판 기능을 잘랐다는 부분은 대단히 아프다”고 했다.

2018년 9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이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북 특사단은 평양에 11시간 40분을 체류하며 남북정상회담 일정ㆍ남북관계 진전ㆍ비핵화 방안 협의를 마치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했다. 왼쪽부터 당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김영철 북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제공]

2018년 9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이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북 특사단은 평양에 11시간 40분을 체류하며 남북정상회담 일정ㆍ남북관계 진전ㆍ비핵화 방안 협의를 마치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했다. 왼쪽부터 당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김영철 북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문 대통령 최측근 인사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 모친상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의문을 판문점에서 직접 받아왔고 2018년 3월과 9월에는 대북 특사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실무 협의에 참여했다.

윤 의원은 긴장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지금은 실천이 중요한 시기”라며 교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코로나19로 시작해야 된다. 우선 첫번째로 UN (대북) 제재를 피할 수 있고 남북 공히 수요가 있다”며 “두번째는 두번의 회담 성과에서 내놓은 남북 간 합의사항, 예컨대 철도 연결 등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 특별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 특별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들어 청와대 핫라인 등 통신연락 채널 완전 차단을 선언한 9일 여권 인사들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 필요성과 함께 4ㆍ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다시 강조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측 조치에 대해 “북ㆍ미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대북 전단 무단살포 등 그 동안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해온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입법적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만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1대 국회는 2018년 처리하지 못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없도록 평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전날 군ㆍ경찰 병력을 동원한 대북전단 살포 제지론을 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삐라는 법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해나가고 그럼에도 그런 행동을 강행할 때는 경찰이나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비부장지대라는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군 병력이 동원돼 막는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국민들한테도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북한 눈치보기’라고 비판하는 보수 야당 등에 대해 “남북 간 공동선언 또는 합의를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조약과 같은 거라고 인정한다면 이걸 김여정 하명법이란 식으로 얘기하는 건 무식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두고선 “미국이 허락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다. 문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문제라고 본다”고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낸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여정 하명법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에서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낸 법안 취지에 대해 “무단으로 북측에 물자를 보내면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되는데 대북전단도 통일부 승인을 받고 무단살포했을 경우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이 되면 입법절차를) 바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지적할 건 해야 되지만, 지금 이 판에 전단지를 살포한다면 북한의 정권 당국 입장에선 좋아할 리가 있겠느냐.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라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야당은 북한의 이날 조치에 대해 “우리가 저자세로 굴종적인 자세로 하다 이런 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전단살포를 빌미로 판을 흔들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 아닌가 싶은데 우리 정부가 늘 휘둘리면서 북한 입장에 맞춰온 결과가 이래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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