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양육자 앞에 놓인 따뜻함과 단호함 사이 줄타기

중앙일보

입력 2020.06.08 16:00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이야기(36)

책상 한쪽에 꽂혀 있는 세계의 명화를 실은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것은 때론 글로만 쓰인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위로가 될 때가 많습니다. “한장의 그림 안에 담겨 있는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분은 어떨까” 하고 수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이 책에서 관심이 가는 그림 몇 점을 보았는데, 캐나다 화가인 폴 필(Paul peel·1860~1892)의 그림이었습니다. 화가는 서른두 살까지 짧은 생을 살았는데, 살아 있는 동안 사랑스러운 자기 아들과 딸의 모습을 화폭 안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엄마의 도움' Paul Peel. [사진 Wikimedia Commons]

'엄마의 도움' Paul Peel. [사진 Wikimedia Commons]

지난 글의 ‘긍정적 훈육’에서 자녀 양육이라는 긴 항해를 할 땐 최종 목적지를 생각해 둬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럼 긴 항해를 위해 양육자인 부모나 선생님이 장착해야 할 도구는 무엇일까요? 긍정적 훈육에서 무척 중요한 두 가지 도구는 ‘따뜻함’과 ‘구조화’입니다.

저는 ‘엄마의 도움’이라는 그림 속에서 이 엄마가 보여 주는 격려와 지지의 따뜻함을 읽을 수 있었고,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에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이끌어주도록 구조화를 제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좌절의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어디에서 힘을 얻을까요? 누군가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 믿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다시 한번 앞으로 내디딜 힘을 얻습니다. ‘따뜻함’을 준다는 것은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것, 아이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이 또래의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 하는 것 등입니다.

이런 따뜻함을 지속해서 받은 아이는 마음속에 “우리 아빠(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정말 사랑하고, 믿어 주고, 지지해 주시지”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고,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 신뢰는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됩니다. 긍정적 훈육에서 장기적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는 따뜻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에 공감한 후 화가 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말해야 합니다. 동생의 장난감을 던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pixnio]

부모는 아이의 감정에 공감한 후 화가 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말해야 합니다. 동생의 장난감을 던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pixnio]

“아이에겐 사랑이 필요하다. 뭐 당연한 얘기 아닌가요?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버릇없는 아이로 성장하면 어쩌지요? 어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면 바닥에 머리를 찧어가면서 울더라고요. 또 대중음식점에서 뛰어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데도 따뜻함만 계속 주라고요?”

‘따뜻함’이란 것이 과할 땐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행동하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의 배를 대신 진두지휘하게도 하며, 때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따뜻함과 단호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당연히 양육자는 원하는 것을 다 해줘서는 안 됩니다. 긍정적 훈육에서 ‘따뜻함’ 옆에 붙어 있는 다른 하나의 강력한 도구는 ‘구조화’입니다. ‘구조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행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것, 아이가 성공하도록 지지하고 돕는 것,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양육자로서 긍정적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가방을 던지고 성질을 부리며 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방에서 나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동생의 로봇 장난감을 거실에 던진다.

이때 양육자는 집에 와서 인사도 없이 문을 꽝 닫고 들어가고, 더구나 동생의 장난감을 던져버리기도 하는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납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따뜻함과 구조화를 줄까요? 양육자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오늘 시험을 본다고 했는데 망치지는 않았나?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은 걸까?” 등 여러 가지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감정 상태에 주파수를 맞추고 나서 진심을 담아 따뜻한 말을 합니다.

“학교에서 뭐 힘든 일이 있었나 보네. 무슨 일이 우리 ○○를 짜증 나게 했니? 정말 속상했겠구나. 엄마(아빠)가 언제든 도와줄 수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줘”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니? 아까 학교에서 왔을 때 한 행동에 대해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 말해도 되겠니?”

이렇게 아이의 감정에 공감한 후 화가 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말해야 할 것입니다. 동생의 장난감을 던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겠지요. 이때 화가 났을 때 할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동의하는 수준에서 가족 규칙을 만들 수도 있고, 책임에 따른 행동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구조화입니다.

긍정적 훈육 모델. [자료 세이브더칠드런]

긍정적 훈육 모델. [자료 세이브더칠드런]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늘 ‘사랑해’라고 해주신다. 그래서 난 엄마가 참 좋다. 우리 엄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해 주신다. 어떤 때는 엄마가 부담스럽지만,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고 싶다. 그래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거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엄마를 떠올리는 글이다. 많은 경우 비난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아이의 마음을 녹이고 속상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떠올린다면 그 방법은 따뜻함과 구조화의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유아기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애착을 잘 형성한 사람은 대인 관계 맺기를 잘하고, 자존감이나 자립심이 높으며, 뭔가를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지금 아이와의 갈등이 있다면 어떻게 따뜻함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갈등 상황에 대한 구조화를 어떻게 줄 것인지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성·인권 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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