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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난 시위대 노예무역상 동상 목 눌렀다 … 존슨 총리, “시위, 폭력에 전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영국의 집회에서 성난 시위대가 17세기 노예 무역상인의 동상을 끌어내려 바다로 던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17세기 노예 무역상인 콜스턴 동상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끌어내려 #바다에 던지고, 동상 목 짓누르기도 #존슨 총리, "폭력 시위, 책임 묻겠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브리스틀에서 17세기 노예무역 상인인 콜스턴의 동상을 항구에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브리스틀에서 17세기 노예무역 상인인 콜스턴의 동상을 항구에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선 1만명의 시민이 모여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브리스틀은 과거 영국 노예무역의 중심도시였다.

일부 시위대는 17세기 노예 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이름을 딴 콜스턴가(街)로 몰려갔다. 성난 시위대는 콜스턴의 동상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렸다.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위대는 바닥에 내팽개쳐진 동상 위로 올라가 짓밟았고, 일부 시위대는 동상의 목 부분을 한쪽 무릎으로 짓누르는 시늉을 했다. 조지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의 행동을 그대로 갚아준 것이다.

이후 시위대는 동상을 항구 쪽으로 가져가 강으로 던져버렸다. 미국 매체 더힐은 이번 일을 플로이드 사건이 국제적으로 어떤 분노를 촉발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평했다.

콜스턴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무역회사는 1672년부터 1689년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흑인 남녀 등 10만여명을 노예로 팔아넘겼다고 알려졌다. 노예로 팔려가는 이동 과정에서 탈수, 비위생적 상태 등으로 인해 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721년 사망한 콜스턴은 이처럼 흑인 노예 매매로 축적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영국의 여러 병원과 학교 등에 기부했다. 특히 자신의 고향인 브리스틀에 많은 기여를 해 브리스틀의 거리와 건물엔 그의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다. 콜스턴의 동상은 이같은 그의 자선활동을 기념해 1895년 세워졌다.

이 때문에 브리스틀 지역에선 이 동상의 존치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 있었다.

영국 시위대가 끌어내린 콜스턴 동상의 목을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당한대로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시위대가 끌어내린 콜스턴 동상의 목을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당한대로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올루소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리스틀시가 진작에 콜스턴의 동상을 철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상이란 것은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위대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콜스턴은 노예무역상이었고 살인자였다”고 말했다.

영국 경찰은 콜스턴 동상 파괴 사건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폭력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보리스 존슨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폭력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보리스 존슨 트위터 캡처]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영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에 전복됐다”며 관련자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경찰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 이는 그들이 섬기려는 대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썼다. 또 “시위들은 폭력에 의해 전복됐다. 책임자들은 책임을 질 것”이라고도 적었다.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도 수만 명의 사람이 거리로 나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일부 경찰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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