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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천적’ 인간에게서 ‘공생’ 희망을 찾는 코끼리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죠.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태국 북부 치앙마이주에선 코끼리들이 관광지를 떠나 정글로 걸어가는 장면이 포착됐죠.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입이 사라지자 관광시설에 묶여있던 코끼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겁니다. 하지만 아직 수많은 코끼리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하면 빠지지 않는 코끼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이상윤(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권지민(서울 도성초 5)·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자료=WWF·IUCN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코끼리 트레킹·공연 같은 문구를 흔히 보게 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고향인 매쳄으로 돌아간 코끼리들 역시 이와 같은 돈벌이에 동원됐었죠. 태국 북부에 있는 매쳄은 소수 민족 ‘카렌’이 야생 코끼리들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살피며 공존하는 곳입니다.

태국 관광지서 11마리 코끼리가 가이드와 함께 매쳄의 정글로 돌아가는 모습. [SEF]

태국 관광지서 11마리 코끼리가 가이드와 함께 매쳄의 정글로 돌아가는 모습. [SEF]

코끼리는 커다란 덩치 때문에 한 마리만 이동시키려고 해도 수십 명의 인원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죠. 지난 4월 30일 11마리의 코끼리 떼는 약 150km를 걸어 정글로 향했어요. 쇠사슬에 묶인 채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 공연 등에 이용되던 탓에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코끼리들은 매쳄에서 카렌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코끼리를 이용하던 관광시설 운영자들이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막대한 먹잇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코끼리보호재단(SEF) 측에 요청한 거예요.
태국에서 활동하는 SEF는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코끼리를 보호하죠. 카렌족과 함께하는 것이나 코끼리자연공원(ENP)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들은 시설에 갇혀 굶고 있는 코끼리들에게 먹이를 지원하는 것보다 자연 서식지로 돌아가는 쪽이 낫다는 판단에 지금까지 10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을 정글로 돌려보냈습니다.

궁금해요, 코끼리

코끼리가 대체 얼마나 먹기에 사람들이 돈벌이 수단인 코끼리를 포기하게 된 걸까요. 태국 등지에 사는 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입니다. 육지에서 가장 큰 포유류인 코끼리는 크게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로 나뉘죠. 둘 중에는 아프리카코끼리가 조금 더 큽니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어깨높이는 3∼4.2m, 몸무게는 3∼7t이며 암컷이 수컷보다 작아요. 암수 모두 상아가 있고요. 아시아코끼리의 어깨높이는 2~3.5m, 몸무게는 2.7~5.4t이며, 몸집이 더 큰 수컷에게만 상아가 있죠. 두 코끼리를 쉽게 구별하려면 귀에 주목하세요. 아시아코끼리의 귀는 작고 둥근 사각형이고, 아프리카코끼리의 귀는 크고 넓은 삼각형이거든요.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코끼리는 풀·과일·나무껍질·뿌리 등 많은 것을 먹어요. 어른이 되면 하루의 3분의 2 이상을 먹는 데 쓰며 75~150kg가량 먹죠. 많이 먹다 보니 코끼리는 먹을 것을 찾아 무리를 지어 먼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식지를 가꾸며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울창한 숲에 길을 내고, 마른 강바닥을 파서 물웅덩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 각종 씨앗이 섞인 배설물을 여러 곳에 퍼뜨려요. 코끼리가 낸 길은 다른 동물들도 이용하고, 물웅덩이에선 같이 물을 마시죠. 이러한 이유로 코끼리를 ‘생태계 엔지니어’라고도 부릅니다.

코끼리 하면 떠오르는 긴 코는 코와 윗입술이 합쳐져서 길어진 것으로 끝에는 콧구멍과 근육 돌기가 있어요. 아시아코끼리는 돌기가 하나, 아프리카코끼리는 돌기가 둘 있고, 이를 이용해 작은 물건도 능숙하게 잡죠. 사람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코끼리 코에는 4만 개가 넘는 근육이 있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뿌리를 뽑을 수 있고, 약 9L가량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을 수도 있습니다. 코를 사용해 서로 인사도 하죠.
애니메이션 ‘덤보’를 보면 아기 코끼리 덤보가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날기까지 하는데요. 코끼리는 귀를 넓게 펼쳐 상대를 위협해 쫓아버리고, 귀를 부채질해 열을 식혀 체온을 유지하기도 하죠. 또 코로 물을 빨아들여 몸에 뿌리기도 하는데요. 물이 부족하면 샤워 대신 진흙 목욕을 합니다. 진흙웅덩이에서 뒹굴고 코로 몸에 진흙을 끼얹어 햇볕을 차단하고 벌레가 공격하는 것도 막죠.
야생동물들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지어 살아갑니다. 코끼리 역시 무리 짓는 습성이 있어요. 대개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암컷 코끼리를 중심으로 어미·딸·자매들로 구성된 모계사회를 이룹니다. 가모장 코끼리는 수백 km 떨어진 물가나 이동할 수 있는 길, 과일나무가 있는 곳 등 무리 전체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지녔죠. 수컷은 단독생활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수컷끼리 무리를 형성해요.

코끼리 모계사회에 수컷이 받아들여지는 건 한 마리 이상의 암컷이 발정기일 때입니다. 코끼리는 10살 이상이 되면 성적으로 성숙하는데, 보통 20살 이상이 돼야 제대로 번식에 나설 수 있어요. 임신 기간이 평균 22개월에 달해 동물 중 가장 긴데다, 출산 간격도 2~4년으로 긴 편이라 서식 환경이 좋지 못하면 새끼를 낳기 힘듭니다. 아기라고 해도 코끼리인지라 태어났을 때 이미 어깨높이가 약 90cm에 몸무게도 70~150kg이나 되죠.
50~70년의 긴 세월을 살며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코끼리는 지능도 높습니다. 사람들이 훈련시켜 돈벌이에 이용할 정도죠. 코를 이용해 나무껍질을 벗기는 등 도구를 활용할 줄 알고,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으며, 기억력도 좋아요. 수십 년 전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알아본 코끼리도 있죠. 보통 가족 단위로 8~12마리 정도가 평생 함께하는 만큼 결속력도 높습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무리가 모여 100마리 이상 떼를 짓기도 하는데요. 떨어져 있던 코끼리들이 만나면 서로 냄새를 맡으며 접촉해 정보를 나눠요. 청각이 뛰어나 3km 바깥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먼 곳의 동료에겐 발을 굴러 신호를 보냅니다.

케냐의 사바나를 가로 질러 걸어가는 아프리카코끼리. ©naturepl.com/Anup Shah [WWF]

케냐의 사바나를 가로 질러 걸어가는 아프리카코끼리. ©naturepl.com/Anup Shah [WWF]

사회생활을 하며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 등 영장류와 고래·코끼리 등은 죽은 동료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보존 연구소 등이 2019년 학술지 ‘영장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케냐에서 자연사한 55세 어미 코끼리의 죽음에 감정이 북받친 막내딸 코끼리가 관자놀이 샘에서 분비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관자놀이 샘은 눈과 귀 사이에 있는데, 보통 스트레스를 받거나 번식기 때 분비물을 내보냅니다. 연구자들은 “고양된 감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코끼리의 행동에서 (애도) 느낌이 분명하게 드러나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죠. 한 코끼리 가모장의 죽음에 며칠에 걸쳐 다른 무리와 수컷들이 찾아오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고요.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가 백골이 된 후에도 찾아간다고 해요.
코만큼이나 특이한 점은 상아입니다. 상아는 위턱에 있는 치아가 발달해 길고 커져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코 양옆에서 긴 곡선을 그리며 뻗어있죠. 코끼리는 상아로 나무 둥치 같은 물건을 들어 옮기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가뭄에 지하수를 찾는 구멍을 파는 일 등을 합니다. 아프리카코끼리의 경우 수컷의 상아가 암컷보다 크며, 서로 싸울 때 이용하기도 하죠. 상아는 부러지거나 없어지면 다시 나지는 않지만, 평생 계속 자라요.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 중엔 길이 3.5m 무게 100kg나 되는 것도 있죠. 코끼리의 비극 중 하나는 이 멋들어진 상아에서 비롯됐어요.

위협받는 코끼리

한 세기 전만 해도 아프리카를 누비던 야생 코끼리는 1200만여 마리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약 40만 마리로 감소했죠. 최근에도 매년 2만 마리 이상의 아프리카코끼리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상아를 노리는 사람들 때문이죠. 상아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 미술품 등에 이용됐어요. 흔히 상아색(아이보리·ivory)이라고 부르는 연한 크림색 역시 상아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상아는 조각상뿐 아니라 귀금속처럼 장신구·공예품에 쓰이기도 하고, 식기·단추·빗·도장 같은 일상용품이나 악기·무기·당구공 등으로 가공됐죠. 당구공을 만드는 데 비싼 상아보다 저렴한 재료를 찾다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예로부터 비싸고 귀한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은 아프리카코끼리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입니다. 아프리카가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하며 코끼리는 약 2600만 마리에서 20세기 초 1000만 마리 가까이로 줄었죠. 사냥·밀렵이 심해지며 1970년에는 130만 마리로 감소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for Nature·자원과 자연보호를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국제기구)은 취약종(절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생물종)으로 분류했습니다. 또 1989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에 대한 국제 무역협약(CITES)은 글로벌 상아 거래를 금지했죠. 하지만 밀렵도, 불법 상아 무역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끼리 상아 거래는 1989년부터 세계적으로 불법이지만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압수한 상아들. [WWF]

코끼리 상아 거래는 1989년부터 세계적으로 불법이지만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압수한 상아들. [WWF]

밀렵 등으로 인간에 의해 동료가 집단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 코끼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한 후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를 겪는다고 해요. 케냐에 데이비드 셀드릭 야생동물보호협회를 세운 대프니 셀드릭은 “고아가 된 코끼리는 포획꾼들이 자신을 잡을 때 담요로 눈을 가리고 덮친 걸 기억하고 담요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으며, 잡혔을 때 탔던 트럭을 기억하기 때문에 보호구역으로 데려가기 위해 진정제를 놓은 다음 사람이 직접 트럭에 실어야 했다”고 코끼리들이 겪은 공포와 트라우마에 관해 얘기했죠. 또 밀렵꾼이 상아만 취하고 코끼리들을 학살한 결과, 현재 상아가 작거나 아예 없는 코끼리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코끼리라는 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연구하고 있죠.
아시아코끼리의 경우 서식지 파괴로 인한 인간과의 충돌이 더 큰 문제입니다.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아시아에서, 경제 성장으로 인한 개발의 물결이 코끼리 서식지까지 덮친 겁니다. 숲과 정글을 밀어내고 마을과 농장·공장이 들어서고 이를 잇는 도로·철도·운하 등이 확대되면서 코끼리는 살 곳을 잃고, 이동조차 하기 힘들어졌죠. 그중 하나가 팜유를 생산하기 위한 기름야자(팜)농장입니다.

팜유를 얻기 위한 기름야자농장. 야자수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생물이 사는 정글을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팜유를 얻기 위한 기름야자농장. 야자수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생물이 사는 정글을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기름야자는 아프리카 서부가 원산지지만 현재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데요. 식용·공업용으로 폭넓게 쓰이는 팜유를 얻기 위해 숲을 불태우고 정글을 파괴하죠. 이는 코끼리뿐 아니라 오랑우탄·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에게 큰 영향을 미쳐요. 생물 다양성을 잃은 야자농장에 가로막혀 고향을 잃고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할 수 없게 된 코끼리들은 마을·농장을 침범했다가 죽임을 당하죠. 또 잡혀서 관광산업에 이용되고요.
기원전 3세기부터 아시아코끼리는 인간에게 이용됐습니다. 농사를 짓거나 무거운 걸 옮기거나 때로는 전쟁 도구로도 쓰였죠. 1800년대부터는 각종 전시·서커스·동물원에 팔려갔고요. 지난 100년 동안 아시아코끼리는 90% 가까이 감소했고, 서식지의 95%가 손실됐어요. IUCN 멸종 위기종이며 현재 4만 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되죠.

코끼리를 지켜주세요

야생 코끼리가 살지 않는 우리나라엔 태국의 SEF 같은 단체는 없어요. 대신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보호에 힘쓰는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가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WWF 한국본부를 찾아 코끼리 보호 활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은 전수원 과장이 먼저 WWF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죠.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는 자연환경 훼손을 막고 인류와 자연의 조화로운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최대 민간자연보전기관입니다. 1961년 설립됐고 본부는 스위스 글랑에 있죠. 한국본부는 2014년에 재단법인으로 등록됐고요. 로고는 판다인데요. 영국 런던동물원에 첫선을 보였던 판다 ‘치치’가 모델이에요. 냉전 시대, 서방세계에 유일한 판다 치치는 국제적 관심을 받는 스타였죠. 판다 역시 멸종 위기종이라 경각심을 높이고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걸 알리는 데도 딱 맞았고요.”

WWF 한국본부에서 홍섬(왼쪽)·권지민 학생기자가 전수원(오른쪽) 과장으로부터 코끼리 보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WWF 한국본부에서 홍섬(왼쪽)·권지민 학생기자가 전수원(오른쪽) 과장으로부터 코끼리 보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본부 입구부터 곳곳에 놓여있던 판다 모형에 대해 궁금해하던 권지민·홍섬 학생기자가 고개를 끄덕였죠. 점점 귀여워지는 판다 로고 변천사를 살펴본 뒤 지민 학생기자가 WWF에서 코끼리·돌고래·북극곰 등 보호 동물을 선정하는 기준을 물어봤어요. “북극곰·호랑이 같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연결된 생물종이 많은 동물 등 멸종되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동물을 위주로 우선순위 보호종을 선정합니다. 물론 IUCN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 종이고요. 지구에는 멸종을 앞둔 생물이 너무나도 많은데, 현실적으로 다 보호할 수는 없어 안타깝죠.”
박민혜 기업 파트너십 팀장이 “WWF는 야생동물 보호로 시작해 100여개 국가에 진출했지만, 한국에는 야생 코끼리도 없고 호랑이는 멸종되는 등 직접적인 야생동물 보호보다 한국 실정에 맞춘 환경보호 및 해외 활동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죠. WWF는 세계적으로 식량·담수·기후·야생동물·산림·해양 등 6개 영역에서 자연보전 활동을 하는데, 한국에선 특히 기후와 해양에 집중합니다.

코끼리는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은 인도에서 만난 아시아코끼리 가족. ©Martin Harvey [WWF]

코끼리는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은 인도에서 만난 아시아코끼리 가족. ©Martin Harvey [WWF]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로는 상아 무역을 위한 밀렵, 농업·도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꼽히는데요. 전 과장은 여기에 기후변화와 가뭄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라는 원인을 하나 더 알려줬어요. “코끼리는 먹이를 많이 먹는 만큼 물도 많이 섭취해요. 매일 100~200L가량 마시는데 물 없이 48시간 이상 지나면 위험 증세를 보여요. 또 코끼리는 땀샘이 거의 없어 체온 조절을 위해 물을 끼얹거나 진흙 목욕을 하죠. 가뭄이 계속되면 물도 못 먹고 체온 조절도 못해 죽는 코끼리가 늘어나죠. 이러한 기후변화에는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큰 영향을 끼쳐요.”
코끼리가 마실 물이 없어지는 데 한국이 일조했다는 소리에 두 학생기자가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10대 탄소배출국 중 하나죠. 2007~2017년 한국의 평균 탄소배출 증가율은 2.2%로 세계 평균인 1%보다 2배 이상 높아요. 2018년에는 탄소배출량이 6억9600만t으로 늘어나 전년 대비 2.8%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0.4%보다 7배나 높은 수치죠.

아프리카코끼리 가족. 코끼리는 가모장을 중심으로 모계사회를 이룬다. ©Martin Harvey [WWF]

아프리카코끼리 가족. 코끼리는 가모장을 중심으로 모계사회를 이룬다. ©Martin Harvey [WWF]

코끼리의 위기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WWF이 세계적으로 코끼리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불법 사냥·밀렵을 감시하기 위해 CCTV처럼 카메라를 설치해요. 밀렵꾼뿐 아니라 야생동물이 지나간 것도 체크할 수 있죠. 또 근처에 마을이 있으면 주민과 협조해 탐사도 합니다.” 전 과장의 말에 섬 학생기자가 “코끼리들만 살 수 있게 밀렵꾼이 못 들어오는 지역을 만들 수는 없나요” 질문을 던졌죠.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막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만 밀렵꾼들은 몰래 다녀요. 재정적으로 열악한 국가가 많아 체계적인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죠. 레인저라 부르는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관찰·관리·감독을 하지만 한계가 있죠. 보호구역이 워낙 넓거든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 세렝게티·킬리만자로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셀루스 동물보호구역은 서울 면적의 9배 정도 되죠. 이곳의 아프리카코끼리는 현재 40년 전보다 90% 가까이 줄었어요. 석유 추출 등 산업 개발과 밀렵 탓이죠.”

코끼리 상아 거래는 1989년부터 세계적으로 불법이지만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태국 세관에서 압수한 상아들. [WWF]

코끼리 상아 거래는 1989년부터 세계적으로 불법이지만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태국 세관에서 압수한 상아들. [WWF]

밀렵을 막으려면 불법 상아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법 상아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교육을 하는 이유죠. 상아 무역의 큰손이었던 중국이 2017년 12월 31일 상아의 국내 거래를 전면 금지한 뒤 WWF는 암시장을 추적해 상아 가격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죠. 또 소비자 설문을 통해 응답자의 80%가 상아 거래 금지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세계적인 여행·관광협의회, 중국 세관, 태국 관광청 등도 상아 제품 불매(Travel Ivory Free) 캠페인을 펼쳐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죠. 상아를 사는 사람이 없다면,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를 죽이지도 않을 테니까요.
전 과장은 “코끼리를 죽이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코끼리와 사람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현지 주민을 교육하고, 토지 이용 계획과 정책을 만드는 데 지원한다”고 덧붙였어요. 상아 불법 거래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수컷 코끼리 중 1%만 상아를 가진 미얀마에서는 코끼리 가죽·꼬리털·이빨 등으로 장식품·약재 등을 만드는데요. 이렇게 코끼리로 관광상품을 만드는 게 돈이 되지 않으면, 굳이 코끼리를 죽이지 않겠죠. 또 코끼리 서식지를 파괴하며 농사짓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굳이 코끼리를 내쫓지도 않을 테고요. 이미 농장을 세웠다면 먹이를 찾아 농장을 침범하는 코끼리를 죽이는 대신 통로를 만들어 코끼리가 다른 서식지로 이동하게 도울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를 관광산업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코끼리들이 상품이 되지도 않겠죠.

소년중앙 권지민 학생기자

소년중앙 권지민 학생기자

코끼리는 5000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왔지만, 이대로라면 2037년쯤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지민·섬 학생기자는 이를 막기 위해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가장 쉬운 건 상아로 만들어진 제품을 쓰지 않는 거예요. 여행을 갔을 때 코끼리 서커스·공연을 보지 않고요. 또 WWF처럼 코끼리 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의 기금 모금에 용돈을 보탤 수도 있죠. WWF 한국본부는 특히 기후변화 완화 활동에 힘쓰고 있는데요. 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기업의 기후행동을 촉진하죠. 여러분도 이와 같은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평소 탄소배출을 줄이는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소년중앙 홍섬 학생기자

소년중앙 홍섬 학생기자

설명을 들은 섬 학생기자가 먼저 “집에서 안 쓰는 전기 코드를 뽑아요” 말하자 지민 학생기자도 “가까운 데 갈 때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요” 하더니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타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물건은 재활용해요” “옷을 여러 겹 입고 난방을 줄여요” “음식을 남기지 않아요” 등 여러 방법을 앞다퉈 얘기했죠. 전 과장은 “이러한 활동에 계속 관심을 갖고 친구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어요.
코끼리는 생태계에서 많은 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입니다. 코끼리의 멸종은 코끼리뿐 아니라 다른 생물의 종류와 개체수, 자연 에너지의 순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죠. 나아가 인간에게도요. 코끼리를 보호하면 다른 생물도 보호하는 거예요. 아직 코끼리들이 살아있을 때, 코끼리와 인간이 서로 죽고 죽이는 대신 공생할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끼리가 없는 지구를 떠올려 보세요. 그런 환경에서, 인간이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홍섬(왼쪽)·권지민 학생기자가 코끼리 보호 캐치프레이즈를 작성하고 코끼리 보호 활동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홍섬(왼쪽)·권지민 학생기자가 코끼리 보호 캐치프레이즈를 작성하고 코끼리 보호 활동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소중 학생기자 취재 후기

코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WWF에 찾아갔습니다. 상아 밀렵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고, 코끼리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WWF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고,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등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지민(서울 도성초 5) 학생기자

WWF 하면 북극곰이 떠올랐는데요, 이번 취재로 WWF가 지구 환경과 멸종 위기 동물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코끼리 보호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고 저희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자연과 동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죠. 사용이 끝난 제품 전원은 뽑고,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겨울에는 옷을 따뜻하게 입는 등 어린이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으니 모두들작지만 힘을 보태면 좋겠어요. 또, 코끼리 쇼 때문에 학대당하거나 상아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포획당하는 코끼리가 더 이상 생기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금씩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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