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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도심 하늘길' 열린다는데…한국이 글로벌 주도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차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에서 공개한 개인항공기 'S-A1.' 연합뉴스

현대차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에서 공개한 개인항공기 'S-A1.' 연합뉴스

"서울 코엑스에서 드론셔틀을 타고 한강 상공 300m를 날아 김포공항에 20분 만에 도착합니다. 요금은 11만원입니다."

[뉴스분석]

5년 후 이런 세상이 온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4일 "2025년 도심 하늘길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한국형 도심 항공교통(K-UAM)' 로드맵이다. 민관이 함께 K-UAM을 위한 인프라·안전기준 등 제도를 마련하고,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1월 현대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발표한 "2028년 UAM 상용화"보다 3년 빠르다.

수도권 지역 도심항공 교통 실증 노선 계획. 사진 국토부

수도권 지역 도심항공 교통 실증 노선 계획. 사진 국토부

도심항공 모빌리티 실현 사례. 사진 국토부

도심항공 모빌리티 실현 사례. 사진 국토부

황창전 항공우주연구원 개인항공기사업단장은 "한국의 개인항공기(PAV) 기체 개발은 글로벌 선도 기업보다 4~6년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프라와 안전기준 등 제도를 먼저 구축해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선 앞서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나사의 중장기 항공교통 비전. 사진 나사

미국 나사의 중장기 항공교통 비전. 사진 나사

운항 기준과 관제 시스템 등은 미국 나사(NASA)와 협력할 것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랑 국토부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은 "UAM 실증 프로그램 등 핵심 과제에 대해 나사에 협력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프라·제도가 마련되면 UAM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인천·강원·전남 등 지방자치단체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기 배터리 기술, PAV 개발에 유리"  

상용화를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다. 먼저 기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터미널을 짓더라도 기체에 맞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랑 담당관은 "기체 개발과 인프라는 따로 갈 수 없다"며 "개발은 민간이 하지만, 정부도 이번에 확실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기업과 정부가 손뼉이 맞아야 한국이 UAM을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장 규모. 자료:집현컨설팅

글로벌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장 규모. 자료:집현컨설팅

글로벌 경쟁은 치열하다. 기존 항공기 제조 강자인 보잉·에어버스·벨과 스타트업 릴리움·볼로콥터·이항 등 250여 군데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선 항우연을 비롯해 현대차·한화시스템 등이 PAV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항우연은 2022년 유·무인 개인항공기 '오파브(OPPAV)' 시제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 배터리를 동력으로 하는 1인승 수직이착륙기(e-VOTL)기로 이를 바탕으로 향후 2~8인승 PAV 개발에 들어간다. 정부의 실증 사업엔 항우연의 시제기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이 개발 중인 개인항공기 '오파브(OPPAV).' 사진 항우연

항우연이 개발 중인 개인항공기 '오파브(OPPAV).' 사진 항우연

한화시스템이 오버에어와 손잡고 개발 중인 개인항공기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오버에어와 손잡고 개발 중인 개인항공기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현대차는 지난 1월 CES에서 개인항공기 'S-A1' 모형을 선보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PAV 분야에서 앞서가는 우버 엘리베이트와 손잡고 기체를 개발 중인 현대차는 수년 내에 시제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의 UAM 사업은 지난해 나사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신재원 부사장이 합류하며 급물살을 탔다. S-A1도 신 부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신 부사장이 '단기필마'로 뛰고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현대차는 최근 UAM 연구개발 인력 채용에 나섰다.

항공·방산 분야에 강점을 지난 한화시스템도 지난해 미국 오버에어와 손잡고 PAV '버터플라이' 공동개발에 나섰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올해 엔지니어 6명을 오버에어에 파견해 공동개발 중"이라며 "2015년 상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출발은 늦었지만, 따라잡을 기회는 있다. 황 단장은 "기존 여객기는 개발비가 수조원이 들지만, PAV는 수천억원대라는 점에서 후발 주자가 해볼 만하다"며 "e-VTOL 제조 기술인 전기 배터리와 전동모터를 비롯해 IT 전반에 걸쳐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이야기" vs "직접 보면 달라질 것"  

시민의 수용성 부분은 걸림돌이다. 소비자로서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안전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랑 담당관은 "안전과 수용성 부분은 사업이 현실화할수록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시제기를 직접 띄우는 시연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제기는 국산이 아닐 외국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이 태동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마련하며 길을 열어준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타다 갈등으로 승차 공유에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UAM 분야에선 판을 잘 깔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경제성"이라며 "기체 개발뿐만 아니라 조종사 등 관련 분야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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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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