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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마포 쉼터…검찰 압수수색에 소장까지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60)가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소장으로 있던 ‘평화의 우리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다. 지난해 1월 별세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도 생전 이곳에서 살아왔다. 현재는 길원옥 할머니만 거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 쉼터, 2012년 무상 임대

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검은색 옷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에서 목격됐다. 마포 쉼터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2년 명성교회로부터 임대받아 조성했다. 명성교회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거주하는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임대를 내줬다.

정대협이 2012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위안부 쉼터 조성을 위한 후원금을 지정 기탁받았을 당시 마포 쉼터 사용권을 이미 확보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최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성 쉼터·위장전입 논란 

정의연은 지난달 “정대협은 마포에 쉼터가 마련됐지만, 모금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쉼터 사업을 꼭 추진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줬다”고 인정했다. 이어 “피해자들 치유와 네트워크 등으로 사업 목적을 변경해 모금회를 통해 현대중공업 돈을 기부받았다”고 했다. 정대협은 2013년 후원금 10억원 중 7억 5000만원을 들여 경기도 안성의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으로 부지 315㎡, 건물 211㎡(약 64평) 규모인 마포 쉼터에는 이순덕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가 2012년 입주해 함께 지내왔다. 이순덕 할머니는 2017년,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해 1월 타계했다.

검찰이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21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스1

검찰이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21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스1

마포 쉼터는 정의연 전 이사장이었던 윤 의원의 주소지로 등록됐던 곳이기도 하다. 위장전입 논란이 일자 정의연은 “할머니들의 사망 신고를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며 “주소지 이전을 통해 윤 전 이사장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마포쉼터 A소장과 윤미향 의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포쉼터 A소장과 윤미향 의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씨, 2004년부터 할머니들과 함께 해

마포 쉼터 조성 전엔 서울 충정로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가 있었다. 6일 사망한 A씨는 서울 충정로의 ‘우리집 쉼터’가 운영 중이던 2004년 5월부터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며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일을 해왔다.

윤 의원이 지난 2017년 4월에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마포 쉼터에서 지내던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했을 당시 조의금을 받는 데 사용됐던 은행 계좌는 A씨 명의로 돼 있었다.

SNS에 "그녀 윤미향…"

A씨는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이라며 “쉼터에 기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여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지내오는 동안 그녀의 머리는 어느새 흰머리가 늘어났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3월 31일 윤 의원은 “소장님이 눈물을 빼게 하네요. 우리 끝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같이 가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가 지난 3월 31일 페이스북 올린 글. [A씨 페이스북 캡처]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가 지난 3월 31일 페이스북 올린 글. [A씨 페이스북 캡처]

A씨는 정의연과 관련해 윤 의원의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 5월 10일에도 ‘아베가 가장 미워할 국회의원: 윤미향’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압수수색 놓고 공방도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정의연 기부금 사용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정의연은 ”검찰의 행위는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검찰이 ”일부 자료가 마포 쉼터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의연 측에 임의제출을 권유했지만 변호인이 거부해 부득이 마포 쉼터에 대한 추가 영장을 청구했다“며 ”지하실에만 국한해 평온하게 집행하였으며 할머니 거주공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집행이 이뤄진 게 없다“고 반박하면서 마포 쉼터 압수수색을 놓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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