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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블루솔트,핑크솔트,레드솔트…소금이 이렇게 다양했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28)

우리에게 소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너무나 흔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고대 로미인들은 군인들 보수의 일부를 소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소금(sel)이라는 말이 급여를 뜻하는 살레르(salai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정말 값비싼 식재료였나 보다. 심지어는 소금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짠맛을 내는 소금은 생각보다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서유럽과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얻은 천일염을 주로 사용하고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땅속에 결정 상태로 존재하는 암염을 채굴하여 사용한다.

소금은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식품이지만 너무 많이 섭취해도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와 절임 식품류를 많이 섭취하면서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이 문제시되고 있다. 소금은 제조 방법에 따라 천일염, 자염, 제제염, 정제염, 구운 소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바람과 기온에 따라 소금의 맛과 질이 좌우되고 한국의 천일염은 무기질과 미네랄 함량이 풍부해서 우수한 소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신안군]

바람과 기온에 따라 소금의 맛과 질이 좌우되고 한국의 천일염은 무기질과 미네랄 함량이 풍부해서 우수한 소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신안군]

천일염
천일염은 바닷물을 바람과 햇빛을 이용해 수분과 유해 성분을 증발시켜 만든 가공되지 않은 육각형 결정체의 굵은 입자의 소금이다. 바람과 기온에 따라 소금의 맛과 질이 좌우되고 한국의 천일염은 무기질과 미네랄 함량이 풍부해서 우수한 소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일염은 햇빛으로만 증발시키지 못한 간수나 유해 성분이 남아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주로 배추를 절이거나 젓갈과 장류를 만들 때 사용된다.

자염
자염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는 소금이다.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은 마른 갯벌을 지나가면서 염도가 낮아지는데 이 물을 가마솥에 10시간 정도 끓여 소금을 얻는다. 바닷물을 끓일 때 올라오는 거품을 계속해서 걷어 줘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있지만 천일염보다 세균과 불순물이 비교적 적다.

제제염(꽃소금)
천일염을 물에 녹여 불순물을 없앤 후 다시 가열해서 결정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다. 육각형의 결정체인 천일염과는 다르게 눈꽃 모양을 띠고 있어 꽃소금이라고 불린다. 불순물을 걸러낸 소금이기 때문에 위생적이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요리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전기투석을 이용한 정제기술로 만들어진 정제염. [사진 대상]

전기투석을 이용한 정제기술로 만들어진 정제염. [사진 대상]

정제염
정제염은 전기투석을 이용한 정제기술로 만들어진 소금이다. 미세한 구멍을 가진 이온수지막에 바닷물을 통과시켜 불순물과 중금속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정제염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소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전기투석 과정에서 몸에 좋은 무기질과 미네랄 성분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입자가 가늘며 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라면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맛소금은 이 정제염에 MSG를 첨가한 소금이다.

구운소금
천일염을 고온에서 굽게 되면 무기질과 미네랄 성분을 유지하면서 불순물과 유해 성분을 없앨 수 있다. 보통 400도 이하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볶은 소금이라고 하고, 4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구운 소금이라고 한다. 소금을 굽게 되면 쓴맛을 내는 간수 성분이 제거돼 부드러운 맛을 내며 다른 소금에 비해 짠맛이 줄어든다.

죽염
죽염은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고 황토로 만든 뚜껑을 덮은 뒤 600도의 뜨거운 소나무 장작불에서 9번을 구워낸 소금이다. 죽염은 요리보다는 미용이나 질병 치료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는 소금을 주로 치즈나 훈제 소시지, 염장 생선 등에 사용하고 있다. 소금의 주요한 기능은 음식에 자극적인 간을 하여 맛을 부각시키고 식욕을 불러일으키며 저장을 위해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 말돈 마을에서 나는 말돈(Maldon) 소금. [사진 말돈 홈페이지]

영국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 말돈 마을에서 나는 말돈(Maldon) 소금. [사진 말돈 홈페이지]

영국의 말돈(Maldon) 소금
영국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 말돈 마을에서 나는 바다 소금으로 일반 소금보다 입자가 곱고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쓴맛이 없는 고유의 짠맛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말돈 소금은 눈처럼 흰색을 띠며 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소금 결정으로 알갱이는 얇고 넓적하다. 모양은 속이 빈 피라미드 모양으로 불규칙하다. 부드러우면서 부서지기 쉽고 입 안에 넣으면 쉽게 녹아내리며 쓴맛은 전혀 없다. 일반 소금보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아 전세계 미식가와 요리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테이블 소금으로 적당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이 취향에 따라 음식에 조금씩 첨가하여 먹는다.

하와이안 알라에아 블랙솔트·레드솔트
강렬한 검은색의 하와이안 블랙솔트는 활성탄(숯)이 묻은 소금으로 다량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요리의 마지막에 마치 우리가 음식에 깨를 뿌리듯 가니쉬로 뿌려 식재료의 풍미를 더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하와이안 레드솔트는 독특한 지질 성분이 만들어낸 붉은 소금으로 80가지 이상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화산 점토의 높은 철분함량으로 인해 붉은색을 띄고 있다. 은은한 헤이즐넛 향이 나기 때문에 고기류의 누린내를 제거해 주고 풍미를 더해주어 주로 고기류를 재우거나 구운 고기를 찍어 먹을 때 사용한다.

다량의 무기질을 함유 하고 무기질 함량에 따라 미묘한 맛을 내는 핑크솔트. [사진 pixabay]

다량의 무기질을 함유 하고 무기질 함량에 따라 미묘한 맛을 내는 핑크솔트. [사진 pixabay]


히말라야의 핑크솔트

2억 년 전 바닷물이 마른 거대한 산맥의 채석장에서 생산된다. 고운 결정이 내는 천연의 연분홍색은 함유하고 있는 철분 때문이다. 다량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무기질 함량에 따라 미묘한 맛을 낸다. 짠맛이 덜하고 섬세한 맛을 지닌 핑크솔트는 주로 애피타이저 요리에 곱게 갈아서 사용된다. 수작업으로 채굴되기 때문에 값이 매우 비싸다.

소금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블루솔트. [사진 publicdomainpictures]

소금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블루솔트. [사진 publicdomainpictures]


이란 산맥의 페르시안 블루솔트
이란의 북부지역에 있는 에르구르즈 산맥에서 채취되는 페르시안 블루솔트는 ‘화석소금’이라고도 불린다. 소금 결정체가 만들어지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는데 이러한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정체는 빛을 굴절시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빙하가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소금 입자도 푸른색으로 보인다. 소금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블루솔트는 진귀하고 고급식재료인 푸아그라, 트러플 등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모임도 취소되고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 흔해진 소금이지만 소금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식재료의 고급요리라고 해도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다양한 소금을 알아보면서 기본적인 일상의 소소한 맛에서 기쁨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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