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오늘 아재는 뽀시래기에게 제대로 된 함흥냉면 맛을 소개하기 위해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함흥냉면 집 두 곳을 연달아 가기로 했다. 같은 함흥냉면도 양념과 비벼먹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것.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강원도 속초와 서울 오장동에 터를 잡고 고향을 추억하며 만들었던 음식이 함흥냉면이다. 정작 함경도에선 ‘농마국수’ 또는 ‘국수’라 불렸고 면도 감자전분을 반죽해 뽑았지만, 현재 남한에선 고구마전분을 사용한다. 평양냉면의 담백하고 슴슴한 육수 맛에 밀려 예전보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매운 양념에 비빈 쫄깃하고 질긴 면발을 쭉쭉 늘여 잘근잘근 씹어 먹는 맛에는 나름의 통쾌함이 있다.
첫 번째 집은 종로 4가에 있는 ‘함흥곰보냉면’. 지난해 을지로 일대 재개발 때문에 세운스퀘어 4층으로 자리를 이전하면서 당시 냉면 마니아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던 곳이다. 35년 된 ‘을지면옥’은 그대로 보존하는데 왜 66년 된 곰보냉면은 철거대상이 되느냐가 이슈였다. 노포의 가치나 유명세 면에서 여러 모로 이해가 안 되는 조치였다는 것.
두 번째 집은 ‘오장동함흥집’. 67년의 역사를 지닌 이집은 일반적인 비빔냉면, 회냉면과는 비벼먹는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자작한 국물이 있는 여타의 함흥냉면과 달리 이집 냉면은 찰진 다대기에 참기름을 듬뿍(정말 듬뿍) 넣고 비비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냉면 그릇 비주얼부터가 다르다. 또 육냉면과 회냉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혜로운 메뉴 ‘세끼미’도 있다.
과연 젊은 입맛의 뽀시래기는 어느 집 함흥냉면에 더 끌렸을까. 동영상 마지막 부분 ‘에필로그’에서 답을 확인할 수 있다. 달걀 반쪽을 맨 마지막에 먹는 아재의 특별한 '달걀 사용법'도 꼭 확인해 보시길.
아재의 식당
가성비 높은 노포를 좋아하는 평범한 50대 아재와 전통의 옛날 맛집은 잘 모르는 25살 젊은이가 함께하는 세대공감 맛집 투어 콘텐트입니다. 두 사람이 매주 찾아가는 식당은 아재의 개인적인 선택이며, 해당 식당에는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평범한 손님으로 찾아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가성비 높은 맛집이 있다면 추천바랍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영상 촬영·편집=전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