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일 7200㎞ 공조의 기적···인도 백혈병 어린이 완쾌

중앙일보

입력 2020.06.07 05:00

어린이날인 5월 5일 광주 북구청 앞 효죽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인 5월 5일 광주 북구청 앞 효죽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약 7000㎞를 날아 지난달 어린이날(5월 5일), 한국에 도착한 A양(5)이 한 달간 치료를 받고 완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코로나19 봉쇄에 하늘길 막혀 발동동
한·일 공조로 日특별기 탑승…'어린이날 기적'
백혈병 집중 치료…증세 호전돼 한 달만 완쾌
"곧 퇴원하겠다" 의사 말에 A양 '함박 웃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측은 6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A양이 치료를 잘 받고 이날 퇴원했다"고 밝혔다. A양이 서울성모병원에 실려온 지 꼭 한 달여 만이다.

A양은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타국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에 어려움을 겪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모두 끊겨 애를 태웠고, 한 교민이 ‘인도에서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위험에 처한 한 아이를 구해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도움을 구했다.

이에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이 협조해 며칠 뒤 일본으로 향하는 일본항공(JAL) 특별기에 A양 가족이 탑승하게 됐다. A양은 일본 도쿄에 도착한 뒤 대한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관련기사

A양이 한국, 일본, 인도 3국 공조로 귀국길에 올랐던 지난달 4일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서 A양이 탑승했던 일본항공(JAL) 특별기 모습. 연합뉴스

A양이 한국, 일본, 인도 3국 공조로 귀국길에 올랐던 지난달 4일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서 A양이 탑승했던 일본항공(JAL) 특별기 모습. 연합뉴스

백혈병 아이 구하기 3국 공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혈병 아이 구하기 3국 공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A양은 곧바로 구급차에 태워져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됨에 따라 이튿날부터 격리 병실에 입원해 본격적인 백혈병 검사와 치료를 시작했다.

A양의 병명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백혈병은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만 14세 이하 어린이가 앓는 백혈병 대부분이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라고 한다.

A양 주치의인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장은 "일단 급성 진단을 받으면 즉각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심각한 경우엔 3개월 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A양이 인도에서 워낙 먼 거리를 온터라 상태가 나빠졌을까봐 걱정했는데, 도착한 날 간단한 진단검사 결과 예후가 나쁘지 않아 그제야  안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장은 A양 귀국 전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A양의 부모와 백혈병 관련 상담을 나눴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장은 A양 귀국 전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A양의 부모와 백혈병 관련 상담을 나눴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그는 "백혈병도 A양처럼 1~9.9세 때 진단해 항암 치료를 잘 받으면 회복될 확률이 높다"며 "A양도 검사 초기 백혈구 수가 마이크로리터(㎕)당 2000으로 낮긴 했지만 상태가 다행히 위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였다. A양처럼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크고, 만약 걸릴 경우 향후 치료에 지장을 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양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서울성모병원은 무균병동에 음압 기능을 갖춘 격리 병실을 마련해 A양을 2주 간 따로 돌봤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해외 입국자의 경우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데 병원에서 그리한 셈이다.

A양은 집중 치료를 받고, 차츰 증세가 개선됐다. 2주 뒤엔 격리에서도 해제돼 백혈병 소아 환자들과 어울리며 안정을 찾았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하지만 채혈 또는 치료를 위해 많게는 하루 서너 번 맞는 주사는 A양에게도 고역이었다.
정진 소아병동 수간호사는 "아무래도 거의 매일 주사를 맞다보니 A양이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한텐 곁을 잘 안 주더라"며 "그래도 또래들과는 밝게 잘 놀고, 정말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날 A양에게 '사흘 뒤면 퇴원하겠구나'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저를 똑바로 보고 웃어 보이더라"며 "병을 잘 이겨줘서 고맙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이 어린이 혈액암 환아들을 위해 운영 중인 병원 내 어린이학교 모습.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어린이학교에서 미술 놀이를 하고 있는 환아들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이 어린이 혈액암 환아들을 위해 운영 중인 병원 내 어린이학교 모습.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어린이학교에서 미술 놀이를 하고 있는 환아들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A양은 퇴원 직전 검사에서 백혈구 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됐고, 골수검사에서도 치료 반응이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백혈병이 완치된 건 아니다. 앞으로 2년 반가량 통원하며 추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일단 가장 힘든 치료가 마무리됐고, 첫 치료 목표에 도달했다"며 "지금 상태는 90% 이상 완치됐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 2년여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양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서울성모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전경 모습. [중앙포토]

서울성모병원 전경 모습. [중앙포토]

A양 어머니는 퇴원하면서 의료진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보호자도 한 명만 허가해 A양의 어머니가 한 달간 오롯이 A양을 돌봤다. 인도 주재원인 A양의 아버지는 현지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양의 어머니는 우리 외교부에도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A양 귀국 당시 한·일은 서로 거의 입국 금지에 준하는 사증(비자) 면제 중단 조치를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A양을 두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일본 당국은 A양 가족의 일본 경유 비자 발급과 검역 면제 조치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해줬다.

관련기사

A양 입원 기간 일본 당국에서 A양 인터뷰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A양 치료가 모두 끝난 게 아닌 만큼 A양의 어머니는 언론 등 인터뷰 요청을 모두 고사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