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귀농 창업, 1등보다 2등 전략이 유리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6.06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2)

코로나19 덕분에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 방송부터 저녁까지 공중파 TV와 IPTV를 넘나들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귀농·귀촌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시골로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짓는다든가, 부부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꾸리는 모습이라든가, 젊은 사람이 청운의 뜻을 가지고 창농을 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아예 첩첩산중으로 들어가 ‘자연인’이라 불리며 사는 특이한 삶까지 보여 준다.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인’이나 ‘전원생활’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내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해서 창농이나 성공 스토리를 찾게 된다.

방송을 보고 농업 분야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요즈음 농업의 트렌드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귀농 창업 아이템의 표준화와 규격화된 제품 생산이 어렵다. 스마트팜 농장은 생산과 출하 과정이 매우 정밀하게 측정되고 시행이 되어 유리하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사진 Pixabay]

귀농 창업 아이템의 표준화와 규격화된 제품 생산이 어렵다. 스마트팜 농장은 생산과 출하 과정이 매우 정밀하게 측정되고 시행이 되어 유리하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사진 Pixabay]

귀농해 벌이는 창업아이템을 보면 공통의 특징들이 있다. 첫 번째, 귀농 창업 아이템에 대한 기본인식이 이미 소비자에게 심겨 있다. 그래서 대개 비슷한 제품이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두 번째, 귀농 창업 아이템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귀농·귀촌 과정에서 얻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라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보통은 누가 이러이러한 것이 좋다고 귀띔한 것을 소중한 아이템으로 여기고 추진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세 번째, 귀농 창업 아이템의 질적 표준화와 규격화가 어렵다. 해당 농산물이나 제품의 명인을 만나거나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표준화되거나 규격화된 제품 생산이 어렵다. 눈대중으로 농사짓는다고 하면 과한 표현이겠지만. 스마트팜 농장은 생산과 출하 과정이 매우 정밀하게 측정되고 시행이 되어 매우 유리하다. 다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네 번째, 농산물의 가공과 응용의 벽이 높다. 6차산업의 일환으로 농산물의 2차 가공상품화가 권장되고 있지만, 기술적인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시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식재료를 조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는다. 점점 더 집에서 요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러므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가공 상품은 더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백화점 수입 식품 판매대를 가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우리 주부가 다양한 입맛을 가졌는지 말이다.

다섯 번째, 시장관리가 어렵다. 소규모 농업을 하기 때문에 유통망 관리가 어렵다. 사실 관리는커녕 진입조차 힘들다. 내 마음대로 출하 시기 조정도 안 되니 말이다. 시장부터 찾고 농사를 짓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여섯 번째, 농업은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산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산양삼이나 더덕을 심는 임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졌단다. 임산물로 창업을 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산만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클 줄 알아서 시작했다고 한다. 농업은 시장 진입은 쉽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사람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돈이 토지 구매에만 들어간다. 농업인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만 고급 기술을 가진 농업인이 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일곱 번째, 홍보대상이 광범위해 마케팅 전략 수립이 어렵다. 농민들이 마케팅을 매우 어려워하는 것은 마케팅을 몰라서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고객이 누군지 몰라서 어려운 것이다. 농산물 유통과정은 직거래는 일부이고 도매, 중간상, 소매, 농산물 유통센터, 대형마트, 온라인 마켓, 단체 급식 등을 따지면 10여개의 채널이 있다. 한가지 채널만 고집하다가 판매망이 막히는 경우를 종종 겪기 때문에 채널이 다양해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이 어렵다. 어느 큰 회사에 납품이 되었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몇 년 후에는 거래가 중지되고 또 다른 거래처를 찾아 홍보하고 광고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식재료를 조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는다. 점점 더 집에서 요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공과 응용기술 장벽이 높지만 시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사람들은 식재료를 조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는다. 점점 더 집에서 요리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공과 응용기술 장벽이 높지만 시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여덟 번째, 귀농 창업 아이템은 마케팅 투입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 고객 찾기도 어려운데 효율성도 낮다. 인터넷에 오버추어 광고를 하는 농민이 매우 많다. 연간 수천만 원을 투입하는데도 매출 상승은 완만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광고를 안 하면 매출이 급락한다고 하니 고민해야 한다.

아홉 번째, 히트 귀농 창업 아이템은 복제 제품이 즉시 출현한다. 특허 출원을 해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특허 출원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출원 등록 기간이 꽤 길게 소요되기 때문에 복제 제품은 금방 출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복제 제품을 일일이 찾아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2등 전략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1등을 따라가고 재빠르게 1등보다 나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열 번째, 귀농 창업 아이템 생산 계획은 외부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외부 환경이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말한다.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날씨와 온도와 같은 기후가 큰 변수인데 올해는 겨울이 따뜻하고 이어서 온 봄이 추워 과수 농가가 크게 염려를 하고 있다. 과수의 꽃이 더디게 피고 있어 수분에 차질을 빚고 있고, 느닷없이 매미나방이 창궐해 잎을 다 갉아먹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하고 있다는 국제 정세는 어떤 농산물이 수입으로 쏟아져 들어 올지 모른다는 신호이다. 이번에 절실히 느낀 것은 전염병이다. 코로나19가 모든 농가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이 와중에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가지고 있는 농가는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예전의 사스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방역에 성공하여 한국의 김치와 인삼이 인기가 좋았으나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좋다는 거짓말 같은 식품이 나올 법도 한데 아무 소식이 없다.

귀농 창업 아이템의 특징을 열거하다 보니 어째 귀농하지도 말고 창업하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잘 생각해 보라는 충언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래도 되는 사람은 되나 보다. 필자에게는 수많은 성과를 심의하고 평가하는 기회가 있어서 많은 농민을 만나 보고 많은 성공 농가를 방문했다. 성공한 사람은 의외로 시니어가 많았다. 여성들도 많았다. 학력은 무관했다. 성공에 일정한 패턴이 없어 보였다. 대신 진정한 땀방울은 가지고 있었음은 알 수 있었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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