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방사선+로봇수술로 항문·신경 보존율 확 높여

중앙선데이

입력 2020.06.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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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대장암은 선진국형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대장은 소화기의 가장 마지막 부분으로 결장과 직장으로 구성돼 있고 길이는 약 150㎝ 정도다. 주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변을 형성·보관해 체외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장의 점막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일컬어 대장암이라고 한다. 직장암은 대장의 가장 마지막 13~15㎝의 직장에서 발생한 암이다.

발병 초기 증상 없는 ‘소리 없는 암’
45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 해야

복강경·로봇 이용 괄약근간 절제술
진행성 암도 항문 보존율 90% 넘어
자율신경 살려야 배뇨 장애 없어

직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혈변, 가는 변, 점액 변, 변비, 항문 통증 및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직장암 예방법은 대장암과 같다. 즉,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과 같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과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직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 외에 중요한 예방법이 대장내시경 검사다. 대한대장항문학회와 미국암학회는 45~50세부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하며, 가족력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더 일찍 대장내시경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수술 전 방사선치료로 병기 낮춰

직장암 환자와 상담할 때 환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이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지다. 실제로 직장암 환자 중에는 직장암이 항문 가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수술 전 면밀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계획 수립은 환자의 항문 보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최근에는 항문에 가까운 진행성 직장암이라도 수술 전 방사선화학 치료를 통해 직장암의 병기를 낮춤으로써 항문 보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여러 문헌에서 직장암의 항문 보존율을 90% 이상으로 보고한다. 또 최근에는 로봇 수술을 시행할 경우 좁은 골반 내에서 좀 더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도 항문 보존율이 매우 높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직장암이 항문 2~3㎝ 내에 위치하는 경우 항문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방사선화학 치료 후 괄약근간 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수술 난도가 매우 높다. 필자의 경우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괄약근간 절제술을 170례 이상 시행했다. 직장암이 항문거근(항문을 올리는 근육)을 침범한 경우에는 현재까지는 항문보존 수술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왔지만, 수술 전 방사선화학 요법과 로봇 수술을 이용해 항문거근 일부 절제를 동반한 괄약근간 절제술을 시행함으로써 일부 환자에게는 항문 보존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복강경과 로봇의 괄약근간 절제술 경험과 항문거근 일부 절제를 동반한 로봇 괄약근간 절제술은 2019년 상해에서 열린 아시아로봇수술학회에서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직장암 수술에서 항문 보존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경보존술이다. 직장암 수술 시 신경 손상이 발생하면 수술 후 배뇨 기능 장애, 역행성 사정 또는 발기 장애와 같은 비뇨 생식기능 장애가 생긴다. 직장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배뇨 기능 혹은 성 기능 장애는 10~40% 정도다. 직장암 수술 시 자율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면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이런 신경보존술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수술이 필요한 고령의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65세 이후에 대장암 발병률은 10만명당 217.4명으로 폐암 다음으로 많고, 여성의 경우에는 65세 이상에서 대장암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젊은 환자에 비해 수술 후 회복과 합병증에 대한 우려로 수술을 꺼리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고령 환자의 경우 초기에 발견했는데도 수술을 거부하다 암이 진행돼 다시 병원에 방문하기도 한다. 필자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4개 병원에서 대장암으로 수술받은 85세 이상의 고령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은 6.4%, 수술 후 재원 일수는 10일 정도였다. 특히 개복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경우 합병증이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해 초고령 환자에게서도 복강경 대장암 수술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로 대장암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처사다.

필자는 혼자만 할 수 있는 수술은 죽은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즉 수술법을 개발하고 교육하고 보급해서 많은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할 수 있게 도와야 훌륭한 외과 의사고 살아있는 수술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이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필자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학회에 초청돼 수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많은 해외의사가 수술을 배우기 위해 본원에 방문하고 또 교육 후 본국에서 수술해 많은 직장암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초고령 환자도 수술 안정성 입증

많은 환자가 직장암 진단을 받으면 실망하고 걱정한다. 물론 직장암은 치료가 간단하지 않은 병이다. 하지만 충분히 극복하고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한국의 결장암과 직장암의 5년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다. 경험 있는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이윤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1996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연수과정을 밟은 뒤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4000건 이상 시행한 국내 대장암 로봇·복강경 수술 전문가다. 현재 국제 학술지 편집진을 비롯해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외과감염학회, 대한외과술기연구회, 대한로봇수술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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