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여의 독주…반쪽 개원식 유감

중앙선데이

입력 2020.06.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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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호 30면

21대 국회가 출발부터 파행으로 시작됐다.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 국회의 오랜 관행인 여야간 의사일정 합의를 무시하고, 민주당은 친여권 성향의 군소정당들과 함께 어제 반쪽 개원식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협치를 약속한 게 불과 1주일 전이다. 민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독 개원식을 밀어붙였다. 상생과 협력의 정치에 희망을 품었던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여야 협상을 통해 국회를 운영해온 관례조차 무시한 독선적 행태다. 민주당이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53년만의 단독 개원은 거여 민주당의 오만
177석 취해 독주하면 총선 민의에도 역행
‘국난 극복 매진, 민생 회생’이 국민의 명령

우리 헌정사에서 여당 단독의 국회 개원식이 열린 건 이번이 두번째다. 7대 국회때(1967년)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이 부정선거를 이유로 등원을 거부한 신민당을 젖혀둔 채 단독 개원을 밀어붙였다. 군사 독재정권에 항거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왔다는 민주화 운동 세력이 53년의 시차를 두고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해온 권위주의 독재 정권의 행태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러고도 민주화 세력이라고 내세우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비난이 쏟아지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법을 준수해 개원하게 됐다”며 “새로운 국회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행을 세우는 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독 개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일 뿐이다. 과거 거대 여당들이 단독 개원을 지양해온 건 국회법 준수 의지가 없거나 의석수가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국회 운영의 룰을 여야간 협상과 대화를 통해 정해온 관행과 정치 문화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어제 국회의장(박병석)과 여당 몫 부의장(김상희)을 단독으로 선출한데 이어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 또한 순리와 상식에 맞지 않는 오만한 자세다. 그간 상임위원장은 여야 교섭단체간 협상을 통해 나눠왔다. 그런데 177석 거대여당이 됐다고 오랜 관행을 전부 무시해가며 모든 상임위를 독식하려는 것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입맛대로 밀어붙이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일방통행식 독주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른다. 집권 여당의 핵심 인사 중엔 과거 권력의 독주로 희생양이 된 사례가 적지않다. 그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무소불위 의석의 힘을 배경으로 여당내에선 도를 넘는 돌출 발언과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때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게 대표적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거수기로 전락시켜 비민주적 정당임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법관 출신 이수진 의원의 발언도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법관 탄핵을 사적 복수의 수단으로 삼는 이 의원도 국회에서 치워야 한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것도 반발과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개인의 표현·양심의 자유를 제약하는 위헌적 법률인 데다 유신 헌법에 대한 반대·비방 발언등을 처벌한 긴급조치 1호와 9호,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반민주·반인권적 법률의 희생양이었던 인사들이 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만든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벌써 177석 거대 의석에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민주당은 냉정을 되찾아 겸허해져야 한다. 4월 총선의 민의는 오직 코로나로 인한 국난 극복에 매진해 경제와 민생을 회생시키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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