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태안 해변에서 잇따라 발견된 소형 고무보트는 중국인들이 타고 온 밀입국선이라고 합동참모본부가 5일 밝혔다. 당시 군은 보트들이 감시장비에 10여 차례 포착됐지만 번번이 놓치거나 낚싯배 등으로 오판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산둥~태안’ 밀입국로 구멍 #군 감시망 뚫고 제집 드나들 듯 #해안부대 열상감시장비 고장도 #군 “운용병 전문성·순찰 강화 #소형 보트에도 위치 식별장치”
군 관계자는 “중국 산둥반도를 출발한 고무보트가 4월 19일과 지난달 21일 두 차례 태안 해변에 도착했고, 여기엔 중국인 밀입국자가 탑승했다”며 “지난 4일 발견된 보트도 같은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산둥반도에서 태안까지 거리는 약 370㎞인데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밀입국했다는 얘기다.
합참에 따르면 4월 18일 오후 5시쯤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한 고무보트는 다음날 오전 10시쯤 태안 인근 해안에 도착했다. 이때 들어온 중국인 5명 중 2명은 검거됐다. 지난달 21일 오전에도 중국인 8명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그중 4명이 검거됐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소형보트는 큰 배를 타고 한국 해안에 접근한 뒤 작은 배로 옮겨타는 과거 밀입국 방법에서 변형된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해안 감시부대가 대낮에 이뤄진 밀입국을 수차례 놓쳤던 것으로 확인돼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참이 4월 20일 녹화된 해안 레이더 영상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밀입국 보트를 세 번 정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운용병이 이를 놓쳤다”며 “해안 복합 감시카메라도 보트가 들어오는 걸 발견하지 못했는데 영상 저장 기간 30일이 지나 당시 상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열영상감시장비(TOD)도 가동됐지만 이때도 밀입국 순간을 지나쳤다. 더구나 당시 영상 녹화 장비 중 일부가 고장 나 지금은 그때 정황을 다시 살펴볼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1일에도 해안 레이더 영상에 소형 보트가 여섯 번 등장했지만 감시 운용병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안 복합 영상에도 네 번 포착됐지만 일반 레저용 보트로 오판했다. TOD 장비 운용병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통상적인 낚싯배로 생각해 추적하지 않았다. 이날 하루에만 소형 보트를 추적할 기회를 13번이나 놓친 셈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감시 병력은 정상 투입됐지만 소형 고무보트를 레저 보트와 낚싯배로 판단해 놓쳤다”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운용병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안 순찰과 무인기 감시를 늘리겠다”며 “해경·해수부와 협조해 소형 보트에도 위치 식별장치를 부착하고 출입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군 안팎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소형 선박을 모두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당 부대의 현실과 현장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위치 식별 장치를 모든 소형 보트에 부착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한·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