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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일이 재미없다고요?"...1500명 컨설팅한 커리어엑셀러레이터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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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모니터가 켜진 책상이 그의 전부였다. 그는 매일 아침 7시면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책상 앞을 지켰다. 밤늦게 그가 퇴근한 이후에도 책상 위 모니터는 꺼진 적이 없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일에서 재미를 찾은 8명의 이야기를 모아 폴인 스토리북 〈어차피 하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를 냈다. [사진 폴인]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일에서 재미를 찾은 8명의 이야기를 모아 폴인 스토리북 〈어차피 하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를 냈다. [사진 폴인]

2010년, 서른에 부장으로 승진한 JP모건 마케터 김나이. 모두가 ‘회사 체질’이라던 그는 4년 후 아무 계획도 없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나와 그가 찾은 답은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자신처럼 일을 고민하는 직장인을 돕는 일이었다. 그가 만난 1500여 명의 직장인은 결국 한 가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다는 것. 마케터, 기획자, 1인 기업가, 와인바 사장 등 일에서 재미를 찾은 8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이 고민에 답을 건넬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북 〈어차피 하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JP모건 마케터 시절 김나이의 책상. 사진에 나오지 않은 2개의 모니터까지 합쳐 모두 10개의 모니터에 둘러싸여 일했다. [사진 김나이]

JP모건 마케터 시절 김나이의 책상. 사진에 나오지 않은 2개의 모니터까지 합쳐 모두 10개의 모니터에 둘러싸여 일했다. [사진 김나이]

"사실 일을 재밌게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재미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일잼러’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이들만의 비결이랄까, 노하우가 있더라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직업명을 직접 만들었다고요.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회사를 나올 때는 너무 지쳐 있었어요. 퇴사 후 두 달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니 마음이 진정되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메일 한 통을 발견했어요.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녔었는데, 대학원 졸업생은 수업을 무료로 청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금융 수업을 청강하면서 금융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카이스트에 제안해서 커리어 컨설팅 수업을 열게 됐죠.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수업 의뢰가 들어왔고, 폴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대일 컨설팅도 열게 됐어요. 이 일을 하면서 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어요. 저는 알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컨설팅한 직장인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직장인 대상 컨설팅 ‘1호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18년 차 마케터이셨는데 나이키에서 삼성전자, MBA까지 이력이 화려했어요. ‘이런 분이 왜 컨설팅을 받으러 오시지?’ 싶기도 했죠. 이야기하다 보니 2년 전의 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들에 치여 재미도 의미도 없이 지내신다고요.
컨설팅을 마치면서 “삼성에 있어도, 삼성에서 나와도 한 가닥 하실 분 같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몇 달 후에 퇴사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지금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세요. 20여년의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이젠 잠들 때 내일 뭐 할지가 기대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오가닉 마케팅 플랫폼 프롬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미내님인데, 이번에 인터뷰한 ‘일잼러’ 중 한 분이기도 하죠.  
커리어 컨설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장 먼저 컨설팅할 분께 이메일을 보내요. 요즘의 커리어 고민은 무엇인지, 컨설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이력서를 요청하죠. 답변과 이력서를 받으면 사전 조사를 시작해요. 금융업계에서 일하면서 어떤 산업이 성장하는지 매일 수치로 확인했는데요.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컨설팅할 분의 회사와 업계가 어떤 상황인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요. 이직을 희망한다면 어떤 회사나 업계로의 이동이 유리할지도 정리해보고요.
1500명 정도 컨설팅을 하다 보니,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는데요. 그동안 컨설팅했던 분 중 이번에 컨설팅할 분과 연차가 비슷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하는 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셨고, 어떻게 그 고민을 돌파해나갔는지도 찾아봐요.
컨설팅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나요?
아무리 커리어 컨설팅이라도 회사 밖에서 회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래서 컨설팅할 분이 회사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아도 가능하면 제가 그 회사 상황을 자세히 알고 컨설팅을 진행하려고 하죠. 그래야 좀 더 솔직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더라고요.
컨설팅 전에 얻고 싶은 것을 미리 질문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걸 얻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나요?
‘나만의 강점이 뭔지 알고 싶다’는 답변이 많아요. 눈앞에 닥친 일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분이라도 자신의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일을 20년 이상 했는데도 내세울 만한 경험이 없다며 저를 찾아오신 분도 있어요. 이력서를 보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점을 찾아드리기도 하고, 지금 계신 회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옮길 만한 회사를 추천해드려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족집게처럼 정답만 콕콕 짚어드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답보다는 과제를 많이 드리는 편이에요. 지금 시점에서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 리스트를 드리기도 하고, 동종업계에서 성장하는 회사들을 언급하면서 이 회사들이 성장하는 이유를 알아보는 ‘숙제’를 드리기도 하죠.
컨설팅할 때 어떤 질문을 자주 하게 되나요?
모든 분에게 드리는 첫 질문이 있어요. “요즘 어떠세요?”예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문인데, 이 질문을 듣고 매우 많은 분이 우셨어요. 처음에는 이런 반응에 당황했는데, 지금은 말없이 휴지를 가져다 드려요. 회사에서 매일 마주치는 동료들끼리도 서로 안부를 잘 묻지 않잖아요.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울컥하시는 것 같아요.
‘일잼러’ 여덟 분을 인터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지금 하시는 일, 재밌으세요?”라는 질문도 함께 드렸는데요. 이 질문은 회사에서도 으레 듣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그렇다거나 아니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은 드물어요. 대부분 정적이 흐르거나, 멋쩍게 웃어넘기시죠.
그럼 제가 질문을 드려볼게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질문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제가 질문할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 너무 알 것 같네요. (웃음) 사실 마냥 잘 지내고 있지는 않아요. 혼자 일하다 보니,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요. 컨설팅을 앞두고도 생각이 많죠. ‘어떻게 하면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드릴까’ 매일 고민해요.  
지금 하시는 일, 재밌으신가요?
이 질문의 답은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할 수 있어요. 일할 때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이 있다면, 이전의 저는 철저히 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했어요. 금융상품을 많이 팔아야 했으니까요. 지금의 일을 하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컨설팅했던 분들이 ‘나이 샘’ 하고 부르면서 종종 연락을 주시는데요. 컨설팅을 계기로 새로운 회사로 옮겨서 재밌게 다닌다는 소식을 들려주시기도 하고, 지금 직장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시기도 해요. 이런 순간이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일을 ‘재밌게’ 한다는 것,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사실 저야말로 ‘회사는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직장생활을 했거든요. 그런데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참고하다 보면 언젠가 몸과 마음이 ‘뚝’ 하고 부러지는 때가 와요. 모든 걸 놓고 회사를 나왔던 6년 전의 저처럼요. 하는 일이 재밌어야 지치거나 소진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와 '일잼러'들. 오른쪽 아랫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진주 제주맥주 CMO, 손하빈 에어비앤비 마케터, 김나이, 이현우 십분의일 사장, 박미내 프롬 마케팅 총괄, 김영덕 롯데 액셀러레이터, 윤준탁 1인 기업가, 강미경 우아한형제들 기획자.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CMO의 빈 자리를 김나이가 채웠다. [사진 폴인]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와 '일잼러'들. 오른쪽 아랫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진주 제주맥주 CMO, 손하빈 에어비앤비 마케터, 김나이, 이현우 십분의일 사장, 박미내 프롬 마케팅 총괄, 김영덕 롯데 액셀러레이터, 윤준탁 1인 기업가, 강미경 우아한형제들 기획자.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CMO의 빈 자리를 김나이가 채웠다. [사진 폴인]

일이 ‘재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도 ‘재밌다’는 말을 쓰죠. 그런데 일의 재미는 드라마, 게임의 재미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일이라는 게 마냥 신나고 즐겁지만은 않잖아요. 멀리서 보면 흥미진진해 보이는 일이라도 매일 그 일을 하는 사람의 현실은 다를 테고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아야 하는 게 일의 재미 같아요. 주어진 일을 무조건 열심히 하는 ‘노오력’ 말고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일을 생각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자신의 강점이나 취향을 알아보고, 요즘 성장하는 회사도 검색해보고,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요. 매일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좀 더 다르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도 있죠.
회사 일에서만 재미를 찾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회사 밖에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은 많죠. 제가 인터뷰한 여덟 분 중에도 회사 밖에서 재밌는 일을 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우아한형제들 기획자 강미경님은 퇴근 후에 ‘이상한모임’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해요. 에어비앤비 마케터손하빈님은 SNS로 엄마를 브랜딩하는 ‘장금자씨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회사 일에서도 재밌는 부분을 찾아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회사 안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이 모두 재미없고 괴롭다면 너무 아까우니까요.
당장 이직, 퇴사, 독립 등 커리어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시기인데요. 이런 시기에는 커리어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달리기 전에도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잖아요. 자신과 회사, 일이 어떤 상황인지 점검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그려보는 시간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이런 시간이 없으면 나중에 이직, 퇴사, 독립하더라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준비되어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지금 근무하는 회사는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내가 속한 직무는 어떻게 변화할지, 나는 무엇을 재밌어하는 사람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우리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일하며 살게 될 테니, 어떤 일을 어떤 곳에서 누구와 하고 싶은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시고요.
일에서 재미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당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자책하지 마시라는 부탁이에요.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 부족을 탓하며 저에게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아요. 회사에서 사업 규모를 줄이는 중일 수도 있고, 시장에서 업계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을 수도 있죠. 이런 분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재밌게 일하실 수 있어요.
두 번째로 생각처럼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하나라도 시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잼러’ 여덟 분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요. 이분들도 모든 조건이 완벽한 직장에서 일하고 계신 건 아니었어요. 매일 새로운 문제가 터지고,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일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자신만의 비결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었어요.
스토리북에서 일의 재미를 찾는 비결을 8가지로 정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예요. 8가지 비결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어요. 8가지 중 한 가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지금의 일이 조금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해볼 만한 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시도하는 커리어 여정을 밟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의 스토리북 〈어차피 하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는 폴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일대일 커리어 컨설팅도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라일락 에디터 Ra.ilR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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