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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귀한 몸, 반포 래미안 석 달 새 1.5억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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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름세다. 한 시민이 3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나붙은 물건 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름세다. 한 시민이 3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나붙은 물건 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부 윤모(42·서울 서초동)씨는 지난 4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아파트 구매를 고민하다 전세 기간을 연장했다. 윤씨는 “2년 새 집값이 급격히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를지, 아니면 떨어질지 예측이 어렵다”며 “일단 청약을 생각하고 1년 정도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코로나 여파 맞물려 #“집값 예측 힘들어 사는 건 부담” #집주인은 금리 떨어져 월세 선호 #서울 전셋값 올들어 1220만원 올라 #정부 전·월세 상한제 카드 만지작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뛰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맞물리면서 매매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대기 자금은 임대시장으로 모여든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전셋값 상승세를 키우는 불쏘시개다. 쥐꼬리만한 이자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늘 수 있어서다.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1000만원 올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1000만원 올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동안 줄곧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25일 96.18로 전주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9월 첫째 주(93.79) 이후 무려 39주간(10개월) 연속 상승세다. 서울 전셋값은 연초 이후 다섯달 동안 평균 1000만원 이상 뛰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8656만원(KB부동산)으로 지난해 말(4억7436만원)보다 1220만원(2.5%) 올랐다.

서울 강남권 인기 단지는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최근 84㎡(전용면적) 전셋값은 16억5000만원으로 코로나19 이후 1억5000만원정도 올랐다”면서 “이조차도 매물 찾기가 어렵다”고 얘기했다.

최근 급매물이 쏟아진 서울 송파구 단지에서도 전세 보증금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가 지난달 28일 보증금 12억5000만원(21층)에 계약됐다. 2008년 준공 이후 최고가다. 석 달 전 같은 층의 84㎡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올랐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12억5000만원은 (집주인이) 비싸게 세를 준 것이긴 하지만 요즘 84㎡ 전셋값이 11억원대로 9억원 초반에 거래됐던 연초보다 가격이 오른 건 맞다”고 했다.

10개월 오른 아파트 전셋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0개월 오른 아파트 전셋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상당수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서울 전세시장이 하반기로 갈수록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무주택자는 청약을 노리며 임대시장에 머물려고 할 것”으로 봤다. 그는 “문제는 전세 수요는 증가하는데 저금리로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 수 있어 전셋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000가구로 10년 평균치보다 30% 이상 많다”며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긴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변수다.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게 전·월세 상한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집주인 동의가 없더라도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한마디로 세입자 보호 카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의 임대료 규제 움직임이 당장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 임대차계약기간을 연장했을 때 서울 전셋값이 급등했다”며 “전셋값이 오를 때 규제하면 임대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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