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피플] MS 구세주 나델라 CEO, 요즘 핫한 줌에 도전장 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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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사티아 나델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10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뉴스1]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인도에서 태어나 10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뉴스1]

마이크로소프트(MS) 하면 창업자 빌 게이츠만 떠올리기 쉽지만, MS의 구세주는 현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53)다. 그가 CEO에 취임했던 2014년은 MS의 침체기였다. 윈도 체제에 집착하느라 애플·구글 등 신흥 주자에 정보기술(IT) 리더 자리를 내줬다. 2010년 시가총액 1위를 애플에 내준 뒤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나 나델라 취임 후 약 4년 만인 2018년 시총 1위를 되찾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나델라 CEO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하면서 “IT 업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던 MS가 그의 조용한 리더십 하에 놀라운 부(富)를 창출해냈다”고 평했다.

공감 리더십으로 시총 1위 복귀
새 무기 팀즈로 원격업무시장 공략
힘들땐 고향 인도 시 탐독하기도

당시 나델라가 내걸었던 혁신의 주 무기는 클라우드였다. 자신의 기기뿐 아니라 외부 서버에 사진·문서 등을 저장하고 어디에서든 접속해 다운 받을 수 있는 데이터 저장고다. 그런 나델라가 최근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다. 원격 업무 시스템인 ‘팀즈(Teams)’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뉴 노멀’이 되면서 새로운 원격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의 화상업무 시스템인 줌(Zoom)과 슬랙(Slack)이 장악한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MS가 당신의 업무 컴퓨터를 놓고 줌·슬랙과의 대결에 나섰다”며 “MS는 팀즈가 자사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인도에서 태어난 나델라는 10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를,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1992년부터 쭉 ‘MS맨’으로 살았다.

나델라는 MS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았을 뿐 아니라 기업 근무 환경도 바꿨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마이클 쿠수마노 경영학과 교수는 FT에 “나델라는 MS에 새로운 문화, 새로운 열정을 심어줬다”며 “MS는 이제 다시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나델라가 강조한 건 ‘공감’이다. 그가 날 때부터 공감의 달인이었던 건 아니다. 외려 반대였다. MS 입사시험에서 면접관이 “아이가 울고 있다. 어떻게 하겠나”라고 묻자 “911(미국의 119)에 전화를 걸겠다”고 답했다. 당시 면접관이 “먼저 안아서 달래줘야 하지 않겠냐”라며 “당신은 공감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나델라에게 공감력을 가르쳐준 건 뇌성마비를 앓은 아들이다. 두 딸 중 한 명은 학습장애를 앓고 있다. 이들을 돌보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게 됐다고 나델라는 여러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나델라가 2016년 경쟁사였던 리눅스를 향해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협업을 제안한 것도 공감 리더십으로 꼽힌다. MS는 이어 애플·구글과도 경쟁 아닌 협업을 택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에 사용 가능한 오피스 앱을 개발했다. 나델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고향 인도의 시를 탐독하고, 인도의 많은 이들이 그렇듯 크리켓 경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나델라가 MS 팀즈를 발족시킨 건 2016년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시 팀즈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경쟁사들엔 달갑지 않다. 슬랙의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WSJ에 “MS는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버터필드는 2016년 MS 팀즈 발족 당시 공개적으로 “드디어 경쟁이라는 걸 하게 됐네, 환영한다 MS”라는 비난조의 뉴스레터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 CEO가 이끄는 줌에 대해 보안 문제가 계속 대두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팀즈가 반갑다. WSJ는 “줌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반면, 줌을 통해 해킹을 하고 정보를 빼간다는 뜻의 ‘줌 폭탄(Zoombombing)’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팀즈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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