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화장실 몰카 고개숙인 KBS, 이번엔 "우리 직원 아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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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연구동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연구동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KBS가 여자 화장실 몰래카메라 설치 논란과 관련해 3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KB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건의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KBS는 그동안 공채 개그맨 A씨가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공채 개그맨은 KBS 직원이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서 질타를 받았다. 특히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가 KBS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용의자로 KBS 공채 32기 개그맨 A씨를 지목하며 실명을 공개했지만, KBS 측은 “범인 신원을 모른다”고만 밝혀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여성민우회는 2일 공식 페이스북에 “KBS에는 고용형태가 다양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KBS 직원이 아니라고 입장 표명하면 KBS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가 없는 것이 되는 거냐”라면서 “강력한 손절 의지, 부끄럽긴 한가”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캡처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캡처

KBS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는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CCTV 등 보안장비 보완과 출입절차 강화가 포함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KBS 측은 '범인은 KBS 직원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관리 책임에 대해서는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앞서 KBS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불법 촬영기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건물은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연습실로 이용하는 곳으로 방송 연구기관과 노조사무실도 입주해 있다. 몰래카메라 장비가 발견됐을 당시엔 5일 마지막 방송을 앞둔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연습 중이었다고 한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CCTV 영상 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했고, 1일 용의자가 자수하면서 범행에 대해 조사 중이다. 다음은 KBS가 낸 입장문 전문.

〈불법 촬영기기 사건,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BS는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사건의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범인 검거 및 처벌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KBS는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견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KBS는 사건 발생 직후 본사 본관과 신관, 별관, 연구동을 긴급 점검했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지역(총)국의 여성 전용 공간도 전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CCTV 등 보안장비 보완과 출입절차 강화가 포함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 상담 및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사무실은 조만간 이전할 계획입니다.

다시 한번 철저한 수사와 처벌의 중요함, 그리고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KBS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와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약속드립니다.

2020. 6. 3.
KBS 한국방송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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