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글을 쓴다는 것, 내가 한 발짝 나아가는 것

중앙일보

입력 2020.06.03 07:00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43)

‘인생 시시하게 살지 마라.’

어느 철학관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그곳에서 상담하면 시시한 우리네 인생이 바뀔 것 같은, 재밌고 신선한 유혹이었다. 어쨌든 그 제목으로 호기심이 생겨 친구와 들어가 상담료 3만 원씩을 내고 나왔다. 삶의 해답이야 다 그렇고 그렇지만, 눈에 띄는 제목으로 사람들에겐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하고, 그 철학관은 수입도 생긴다.

오늘은 제2의 인생을 시시하지 않게 살아가는 나의 글쓰기 이야기를 자랑한다. 어느새 ‘살다 보면’이란 일상의 글을 올린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연재물은 제목을 잘 지어서 죽어야 끝난다. 하하하.

즐거운 신기록에 도전해 보려고 배움의 시간을 멈추지 않는다. [더,오래]에서 만들어 준 60세 인생이벤트를 기념하여 방송대에 입학한 지 엊그제인데 그것도 따라서 3학년이다. 제2의 인생이 즐겁지 않을 수 없다.

나이 들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며 행복한 일이다. 내 주위 많은 이들의 희로애락이 이해가 되고 이웃과 함께 하니 더 즐겁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한발자국 씩이라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내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또한 지구력도 키워준다. 규칙적인 시간에 엉덩이를 붙여 끈기 있게 시간을 잡고 늘어질 수 있어 집중력을 키워주고 시간도 알차게 간다.

나이 들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며 행복한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한발자국 씩이라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내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사진 Pixabay]

나이 들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며 행복한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한발자국 씩이라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내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사진 Pixabay]

보통사람들의 일상이야기가 막걸리같이 투박하면서도 맛있다며 격려하는 지인들이 있어 꾸준하게 사는 이야기를 써왔다. 그런데 가끔은 주눅이 들었다. 문득문득, 막걸리도 품위 있는 위스키 곁에 서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같이 품격 있고 좋은 글을 써보려고 유명인사의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기도하고 문장을 흉내 내보았다. 어느 날 책속에서 “너훈아가 아무리 똑같이 노래를 불러도 나훈아가 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막걸리파티도 위스키파티도 내가 그 자리에서 행복하면 되는 거였다. 나의 눈높이에서 내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빛나는 내 모습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지금은 마음이 여유롭다.

작년엔 한 잡지에도 고정필진이 되었다. 글 값으로 나온 소정의 원고료를 전액 기부 봉사하는 맛은 더없이 행복하다. 신안군 어느 섬을 여행할 때, 배 안에 꽂힌 내 글이 올라간 책을 보며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일본의 모 대학 교수님은 팬이라며 당신이 가르치는 신학기 한국어교재에 내 글 한 편을 실어주셔서 산전수전 헤엄치며 살아온 인생이 자긍심으로 살아났다. 어제는 일본에서 택배로 건너온 따끈한 새 책을 펼쳐 들고 친구들과 호들갑스레 축하파티를 했다.

오늘도 나는 내 주위의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야기를 쓴다. 내가 주인공으로, 때론 관객으로, 어느 땐 감독이 되어 재밌는 삶의 이야기를 비틀어 보는 중이다.

아래는 가끔 내 자신이 주눅들 때 읽어보는 ‘비교 하지 마’ 라는 동시다.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결코 시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비교 하지 마.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8000미터나 되는 에베레스트 산봉우리도.
머리만 살짝 들어도 다 보이는,
800미터 되는 북한산 산봉우리도 모두 다 그들에겐 정상이야.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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