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모바일현금카드'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실물 카드가 없이 ATM(자동화기기) 현금인출은 물론, 가맹점에서 직불 결제도 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이하 금정추)는 이러한 모바일현금 카드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한국은행은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시중 16개 은행과 제휴를 맺고 플라스틱 실물 카드가 필요 없는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를 3일부터 실시한다. 빅4 은행 중에서는 이미 자체 모바일앱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었던 국민은행만 제휴를 맺지 않았다.
모바일현금카드 서비스 참여 은행 중 SC제일·우리은행과 농협·수협중앙회 등 10곳은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다. 신한·하나은행 등 나머지 은행은 시스템이 갖춰지는 대로 올해 안에 같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 계좌 보유자는 누구나 '모바일현금카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이 앱을 탑재한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ATM 입출금은 물론 가맹점에서의 결제·현금인출·잔돈 입금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이용자라면 연동된 신한은행 계좌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직불 결제 방식이다.
카드 없어도 어느 ATM에서든 현금 뽑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카드' 인출 기능이다. 현금카드, 체크카드나 통장이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ATM에 터치해 현금을 뽑을 수 있다. 기존에도 무카드·무통장 인출 서비스가 있었지만 다른 은행 거래는 불가능했다. 그동안은 신한은행 고객이 카드나 통장 없이 현금을 인출하려면 타 은행이 아닌 신한은행 ATM에서만 인출을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한은행 고객이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 ATM에서 무카드 현금 인출이 가능해진다. 타행 ATM을 이용할 경우 기존 타행 인출 수수료가 그대로 적용된다.
가맹점 현금인출 기능도 눈여겨 볼 만하다. ATM기기나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현금인출 기능을 일반 가맹점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병목 한국은행 전자금융기획팀장은 "이마트 24에서 물건 2만원어치를 사고 5만원을 결제하면 3만원은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결제 플러스 인출' 기능을 탑재했다"며 "다만 일반 가맹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현금만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올 하반기 이마트24 매장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물건 살 수 있지만 사용처 매우 제한적
가맹점 거래도 가능하다. 물건을 살 때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QR 코드가 뜨고 이를 가맹점에서 스캔하면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 결제 방식이다. 단, 지금은 농협 하나로마트 직영 매장에서만 물건 결제가 된다. 올 하반기에는 이마트24·미니스톱·현대백화점·현대아울렛 등으로 가맹점이 확대될 계획이지만 신용카드를 대체하기엔 여전히 사용처가 제한적이다.
한국은행은 고비용구조인 신용카드 위주 결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모바일카드를 이용한 직불 서비스는 신용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비용 구조"라며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평균은 2.07%인데 반해 직불 결제는 0.3~1% 수준으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덜하고 신용 평가, 전표 처리 등 금융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서비스 도입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현금을 자주 쓰지 않는 캐시리스(cashless)사회가 온 데다, 사용처가 일부 편의점과 백화점으로 제한된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서울시 제로페이나 다름없는 것이 또 생겼다"며 "금융회사 간 지급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한국은행의 역할인데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민간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