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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 의혹에 "금감원 조사" 독촉···드러난 김봉현 꿍꿍이

중앙일보

입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사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해 7월 여권 정치인을 만나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조사를 "막아달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리 조사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에서 라임 사태와 관련해 '문제 없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24일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친노(친노무현)' 계열인 전 열린우리당 관계자를 통해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여당 A의원을 만났다. 라임 펀드 비위 의혹이 처음 보도되고 이틀 뒤다. 국회 정무위는 금감원·금융위원회와 같은 기관의 소관 상임위로, 금융권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사장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금감원에서 라임 관련 조사를 신속하게 해서 명명백백하게 라임에 문제가 없다는 게 드러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토종펀드인 라임이 흔들리면서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한 기업들의 피해도 막심하다"며 "사기나 돌려막기가 아니라 국내에서 여태껏 쓰지 않은 '새로운 기법'을 써서 펀드를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라임 자금을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서 수백억원을 빼돌렸던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왜 금감원의 조사를 '독촉'했을까.

"청와대 행정관 통해 무마시킬 수 있다 판단"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4월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4월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금감원 쪽은 친구인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김 전 행정관을 통해 범죄 사실을 '무마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행정관은 이 전 부사장 등에게 라임 관련 금감원 검사 계획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라임이 문제없다'는 '가짜 결론'이 나야 예정됐던 투자금을 받아 챙길 수 있던 상황이었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23일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CB) 매입 명목으로 200억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는데, 전날(22일) 라임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가 무산됐다.

"빨리 결론 나야 라임 자금 추가 횡령 가능"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라임으로부터 200억원을 받기 위해 라임 부실 의혹과 관련한 첫 언론 보도를 단 며칠만이라도 미루려고 난리였다"며 "하지만 결국 보도가 나갔고,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가짜 결론을 만들어내자'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히 결론이 나야 스타모빌리티는 물론 다른 김 전 회장의 실소유 회사들에도 투자 명목으로 라임 자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라임 부실 의혹은 감춰지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6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런데도 김 전 회장은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에게 골프 접대 등의 로비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환매 중단 상태였던 라임 펀드의 자금 195억원을 받아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편 A의원은 "이 전 부사장이나 김 전 회장과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정무위 의원으로서 금융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들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만난 것일 뿐"이라며 "이야기는 들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 이후엔 연락도 안했고, 실제로 뭔가를 해 준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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