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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값 단군이래 최고”라는데, 현지 농가·상인 걱정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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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8일 전남 장흥군의 한 축산 농가에서 농민이 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장흥 한우는 최근 소고기 소비가 늘면서 1마리 경매가가 800만원을 웃돌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전남 장흥군의 한 축산 농가에서 농민이 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장흥 한우는 최근 소고기 소비가 늘면서 1마리 경매가가 800만원을 웃돌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요즘 소고기값이 단군 이래 최고가라잖아요. 그런데 너무 비싸져서 갑자기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한우 경매가 최고 20% 급등 #재난지원금에 소비 늘어난 덕분 #산지 판매보다 택배 주문 많아져 #치솟는 가격에 소비 줄까봐 불안

지난달 28일 전남 장흥군에서 소 1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석중(59)씨의 말이다. 김씨는 “최근 700㎏짜리 소 1마리 경매가가 800만원을 웃도는 등 ‘금 송아지’ 대접을 받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소고기 소비가 늘어난 덕분에 산지 소 경매가가 껑충 뛴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의 경우 지난 2~3월 700㎏짜리 소 1마리가 1㎏당 1만원꼴인 700만원의 경매가를 받았던 것에 비해 최근 소값이 크게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줄었을 때에 비해 한우 경매가가 15~20% 정도 상승했다.

소값 급등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600㎏ 소 1마리 경매가격은 802만7000원이다. 한 달 전인 지난 4월 27일 600㎏ 소 1마리가 682만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100만원 이상 올랐다. 한우 산지에서 “단군 이래 최고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소고기 소비가 늘자 산지 식당에서도 “관광객 손님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상인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장흥으로 나들이 와서 소고기를 싼값에 사 먹던 손님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 대신 택배로 주문해 집에서 받아먹는 소비 형태로 변했다는 것이 축산농가들의 이야기다. 장흥에서 소고기 음식점을 하는 한 업주는 “우시장만 가면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뛴다는 데 식당에서는 체감이 안된다”며 “우리 식당도 택배로 주문하거나 소매로 유통되는 물량만 늘었을 뿐 찾아오는 손님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광렬(47)씨는 “손님 10명 중 7명은 재난지원금 카드로 소고기를 구매한다”고 했다. 생필품 성향이 강한 반찬용이나 국거리용 소고기보다 비싼 구이용 소고기를 사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외식용 소고기를 즐기는 손님이 늘어난 영향이다.

소고기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지만, 축산농가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식당에서 먹는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다. 향후 사룟값 및 인건비 상승 우려도 농가들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석중씨는 “축사 사룟값만 1000만원 정도 드는데 4월부터 가격이 5% 올랐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도 커질 수 있어 갑자기 소비가 줄어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돼지고기도 소비가 늘면서 산지 돼지 값이 올랐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퍼질 당시 1마리당 23만원까지 폭락했던 돼지 값이 현재는 4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박문주 대한한돈협회 무안지부장은 “18개월 만에 보는 40만원대 돼지 값”이라며 “최근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소비가 늘자 산지 돼지 값도 영향을 받아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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