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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범행 강조한 오거돈…法 "도망 염려없다" 구속영장 기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오 전 시장이 2일 오후 8시 30분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나 걸어나오고 있다. 이은지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오 전 시장이 2일 오후 8시 30분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나 걸어나오고 있다. 이은지 기자

업무 시간에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부산지법은 2일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해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25분쯤 풀려났다. 오 전 시장은 자택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다”며 영장 기각 #유치장 입감된 오거돈 이날 오후 8시 30분쯤 풀려나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송치하면 곧 기소될 듯 #역대 부산시장 4번째로 재판장에 서는 불명예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15분부터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추행한 오 전 시장의 범행은 계획적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오 전 시장은 심문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하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스스로 범행이 용납이 안 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측은 오 전 시장이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며 주거도 일정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펼쳤다.

오거돈 전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 입장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20.6.2.송봉근)

오거돈 전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 입장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20.6.2.송봉근)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오 전 시장은 부산시장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면했다. 앞서 고 안상영 부산시장이 2004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았다. 안 시장이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당시 부산시 행정부시장이었던 오 전 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오 전 시장은 구속을 면했지만, 곧 재판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오 전 시장의 올해 성추행 사건만 분리해 송치할 가능성이 크다. 오 전 시장이 지난해 성추행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다른 혐의는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올해 성추행 사건은 혐의를 인정하고, 공증 등 증거물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검찰 송치 후 기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외 다른 의혹은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오 전 시장이 기소되면 민선 부산시장 출신 중 역대 네 번째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문정수 전 부산시장은 1997년 청탁과 함께 현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기소 된 뒤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 안상영 시장은 2004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사 중 ‘동성여객 게이트’에 연루돼 구치소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2017년에는 허남식 전 시장이 엘시티 금품수수 혐의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48년생인 오 전 시장은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2001년 고 안상영 시장 시절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임명됐다. 오 전 시장은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5∼2006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낙선한 오 전 시장은 2014년에는 야권의 지원을 받아 무소속 시장 후보로 나섰다.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뒤 제8대 동명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4번째 도전 끝에 당선됐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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