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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경고 금태섭 측 "헌법 위배"…조응천 "이런 징계 처음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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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에 대한 당의 징계 의결에 대해 2일 측근을 통해 재심청구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원장 임채균)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반대해 온 금 전 의원이 지난해 말 본회의 표결 때 기권했다는 이유로 '경고' 징계를 의결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나온 반응이었다. 금 전 의원측은 "이르면 오늘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2월 강서갑 지역구 당원 500명이 "당론에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금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청원을 제기했고,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어 징계수위를 '경고'로 결정했다. 의결 내용은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됐다고 한다.

금 전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의결에 앞서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보다 더 강한 기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검찰 자체 힘을 빼는 것이 더 좋다’라는 것이 십수년간 검찰 개혁에 앞장선 나의 소신이다. 원내대표(이인영 의원)에게 ▶당론이 부결될 위기에 찬성을 ▶당론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는 기권하겠다는 의견을 사전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심판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의 기권을 당규에 따른 '당론 위배 행위'라고 결론냈다. 다만 윤리심판원은 의결서에서 "징계혐의자의 기권이 위 법안의 통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인 의사 표시인 ‘기권’을 했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계 수위를 '경고'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당내선 "단독 개원 앞두고 '본보기 효과'" 해석도 

'경고'는 민주당 당규상 가장 낮은 징계수위다. 지난 강원도 공무원을 상대로한 ‘갑질’논란을 빚은 도의회 의원과 2018년 ‘미투’ 논란 부른 충주시장예비후보가 받은 징계가 '경고'였다. 송 대변인은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다. 독립적인 기관인 윤리심판원에서 고심끝에 내린 판단이다”라며 “경고는 가장 낮은수준의 징계이고. 실제로 당내에서 활동하는 데 사실상 지장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단독 개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점에서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것이 당내에 주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민주당 초선의원의 보좌관은 "윤리심판원과 당 지도부가 의도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본보기 효과'를 주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5일 단독 개원 추진을 당론으로 의결했다. "만장일치"(윤재갑 당선인)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왼쪽)과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4월 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시 조 의원은 법사위원이었지만 지난 7월 국토위원으로 사보임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왼쪽)과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4월 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시 조 의원은 법사위원이었지만 지난 7월 국토위원으로 사보임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금 전 의원과 함께 공수처법에 반대하다 본회의에선 찬성표를 던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징계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국회법에는 자유투표라는 조항이 있다. 자기 정치적인 책임을 가지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서 낙천하는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어떻게 그걸 벌할 수 있느냐”며 “당이 고도의 자체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당헌이 그 안에서는 통용될지 모르겠지만 정신에 비춰보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당규상 당원 징계사유와 국회의원 징계사유가 구분돼 있는데 이건 국회의원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며 민주당 강령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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