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2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유족회)’와 관련 “위안부 단체라기 보단 강제징용 단체”라며 “강제징용 쪽은 피해자가 살아있는 동안 보상을 받는게 중요하다. 위안부단체와는 오랜 갈등관계”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씨의 발언에 대해 야당에서는 “자기편에 좋은 말하면 피해자고 반대 목소리 내면 배척하는 게 '피해자중심주의'냐. 나쁜 편가르기의 전형“(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족회 측은 전날(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이 ‘아시아여성기금’ 보상안을 제시했을 때 할머니들 일부는 이 도움을 받기 원했다. 그러나 정대협은 이를 받으려는 할머니들은 전부 ‘매춘’ ‘공창’이라는 말로 매도했다”며 윤 의원의 사퇴와 정의연 해체를 동시에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회견 이튿날(2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서 유족회와 정의연의 오랜 갈등관계를 부각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나온 배경, 왜 갑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등장했는지 배경보도가 전혀 없다”며 언론을 비판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위안부단체는 보ㆍ배상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갈등 관계에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같은 강제징용 단체와 위안부 단체 측이 “한일협정 때부터 입장이 갈렸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당시 강제징용은 인정을 해서 (한국) 정부가 보상을 받았지만, 위안부에 대해서는 전쟁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씨는 그러면서 “위안부단체는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와 이에 대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살아있는 동안 보상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이용수 할머니와의 연계설을 주장했던 가자인권평화당(대표 최용상) 역시 두 단체의 갈등 구도 속에서 등장했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 갈등관계 속에서 나온 게 가자인권평화당인데 거기 대표가 최용상씨”라며 “최씨가 4·15 총선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을 했다. 정대협과 윤미향 의원 쪽에서 다시 한번 자기들 발목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 대표를 이용수 할머니의 배후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금까지 이용수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가 강제징용 피해자 운동에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한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드렸고 그런 말을 옆에서 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김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어준씨가 강제징용단체라고 말한 곳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용단체들이 보상 때문에 정의연을 비판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따지고 보면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이 지금 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것이야말로 돈 문제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