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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인류 첫 여인 매혹시킨 루시퍼, 그 악마는 원래 천사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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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 않으세요? 악마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대 신화는 여러모로 구약 성경과 다릅니다. 유대 신화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여성은 이브가 아니라 릴리트라고 돼 있습니다. 이브를 창조하기 전에 릴리트를 먼저 창조했다고 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아담의 가부장적인 태도에 질려버린 릴리트는 에덴동산을 떠납니다. 성경에는 에덴동산의 지리적 배경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상류쯤이라고 돼 있습니다.

에덴동산을 떠난 릴리트는 메소포아미아 문화권에서도 아주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홍해 근처의 동굴에서 뜻밖의 상대를 만납니다. 다름 아닌 루시퍼입니다. 요즘은 넷플릭스에도 ‘루시퍼’라는 제목의 미국 드라마가 있더군요. 루시퍼는 악마의 우두머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악마와 천사는 문학이나 대중문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대상입니다. 그럼 악마는 처음에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이걸 알려면 천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기독교는 하느님(하나님)이 천사를 창조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영은 있지만 사람처럼 육체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어쨌든 ‘천사’는 그리스어로 ‘엥겔로스’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천사를 ‘신의 메신저’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던 천사들 중 일부가 욕망을 품게 됩니다. 어떤 욕망일까요? “나도 하느님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신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어찌 보면 일부 천사에게 일종의 에고가 생겨난 게 아닐까요.

유대교에 등장하는 천사.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자 천사가 말리고 있다. [중앙포토]

유대교에 등장하는 천사.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자 천사가 말리고 있다. [중앙포토]

기독교에 등장하는 천사. 천사가 와서 성모 마리아에게 아이를 잉태할 것이며, 이름을 예수라고 지으라고 알려주고 있다. [증앙포토]

기독교에 등장하는 천사. 천사가 와서 성모 마리아에게 아이를 잉태할 것이며, 이름을 예수라고 지으라고 알려주고 있다. [증앙포토]

이슬람교에 등장하는 천사.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에게 천사가 나타나 신의 뜻을 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슬람교에 등장하는 천사.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에게 천사가 나타나 신의 뜻을 전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람이 선악과를 먹고서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듯이, 욕망을 품은 천사도 그랬습니다. 이들 천사 무리도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천사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네요. 욕망을 먹고서 에고가 자라면, 어김없이 ‘하느님 나라의 속성’ ‘신의 속성’으로부터 멀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변심한 천사의 무리가 악마가 됐습니다. 변심한 천사들의 대장, 그 천사장이 다름 아닌 루시퍼입니다. 릴리트는 이 루시퍼를 만나서 연인 사이가 됩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낳습니다. 그 자식이 누구일까요? 악마의 자식을 낳았으니, 악마를 낳은 겁니다. 가부장적인 부계 중심의 고대 유대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릴리트는 결국 ‘악의 생산 기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악녀의 이미지가 릴리트에게 덧씌워지는 겁니다.

넷플리스에서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루시퍼'. 루시퍼는 신을 배신한 천사 무리, 즉 악마의 우두머리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리스에서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루시퍼'. 루시퍼는 신을 배신한 천사 무리, 즉 악마의 우두머리다. [사진 넷플릭스]

그런데 릴리트의 진취적이고 독립적이고 당당한 이미지는 오히려 현대에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공연 등에 릴리트의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여성 릴리트, 그리고 악마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아래의 동영상에서도 확인해 보세요.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유대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릴리트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유대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릴리트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공연에서 살아있는 뱀을 몸에 걸치고 릴리트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공연에서 살아있는 뱀을 몸에 걸치고 릴리트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정희윤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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