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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미니애폴리스는 같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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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과 홍콩의 무역·금융 허브에 종언을 고하는 ‘특별대우 폐지’란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중국 제재의 “세부 내용을 내놓겠다”고 했고,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말과 행동도 결정적 역공을 맞을 것”이라며 보복의 악순환도 예고했다. 미·중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돈 듯 보인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항의가 벌어지는 사이 미국에서도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살해한 데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가 이를 반격에 활용하며 두 나라의 싸움에 기름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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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모건 오르태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 세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홍콩 시민과의 약속을 어긴 중국 공산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숨을 쉴 수가 없다”며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로 반격했다. 후시진 관영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 편집장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묻고 싶다. 우리도 미국이 홍콩 시위를 미화한 것처럼 미국 내 시위를 지지해야 하나”라고 했다.

이런 중국 정부 차원의 역공에 폼페이오 장관이 나서 “중국 공산당이 허위 정보를 활용해 미국 도시들과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과 동일시하려고 시도한다”며 “둘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했다. 미국은 법치와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일반인의 트위터·페이스북 접속조차 차단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2015년 볼티모어 폭동에 이어 5년 만에 벌어진 이번 사태를 홍콩 상황과 비슷하게 보이게 한 건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 탓도 크다. 방화와 약탈 같은 폭력사태로 번지자 극좌(안티파)나 급진 좌파 폭도로 시위대를 규정했기 때문이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민권운동에서 폭탄테러와 흑백 충돌이 거셋을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했던 대화의 노력도 하지 않고 ‘군대 투입’을 위협하기도 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폭력·테러분자로 몰아 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중국과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홍콩과 미니애폴리스 시위가 같은가, 다른가 미·중은 세계에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 정부도 미·중 사이 눈치를 보느라 닷새째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자유와 인권 원칙을 버린 채 750만 홍콩 시민의 운명을 계속 외면하는 건 답이 아니다.

정효식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