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시위 배후 '안티파' 지목에···"조직원 5~15명" 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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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메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 시위대가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1일 메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 시위대가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력 시위 배후 세력으로 '안티파(Antifa)'를 지목하며 강경 진압을 시사하고 나섰다. 안티파는 안티파시스트(Anti-facist)의 줄임말로 극좌파를 뜻하는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주 방위군이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해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을 신속히 진압했다"며 "축하를 전한다. 시장이 진작 이렇게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많은 장소에서의 시위들이 안티파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무정부주의 집단과 좌파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계획되고 추진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를 축하하는 연설에서도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는) 정의와 평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게 먹칠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은 실제 극단주의 단체가 시위를 폭력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로 침투했는지, 외국의 스파이가 소셜미디어에서 급증하는 허위정보 유포의 배후인지를 캐고 있다.

안티파란?

지난달 16일 독일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안티파 운동 깃발을 들고 서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독일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안티파 운동 깃발을 들고 서있다. [EPA=연합뉴스]

안티파는 극우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한 세력으로 알려졌다. 권위주의, 인종주의, 파시스트에 저항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1960~1970년대 독일에서 시작됐고 영국에서도 1980년대에 결성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나타났다가 수그러들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안티파를 극우주의자들과의 정면 대결을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안티파 조직원의 규모나 실체에 대해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안티파』의 저자 다트머스 대학의 역사 강사 마크 브레이는 "안티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는 등 아나키스트와 비슷해 보이는 전술을 종종 쓴다"며 "또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경찰과 권위의 구조를 해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다른 극좌 단체와 중복되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티파 조직력 없어" 반론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9일 백악관에서 홍콩의 특별대우 박탈 등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9일 백악관에서 홍콩의 특별대우 박탈 등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안티파가 주도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반론이 나온다. 안티파가 그럴 만한 조직력을 갖춘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크 브래이는 1일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안티파는 조직이라기보다는 극우 파시스트에 저항하는 이념에 가깝다"며 "일부 도시에 안티파라는 명칭을 내건 급진 단체가 있지만 조직원의 수가 5~15명 수준이라 폭력 시위의 배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州) 엘론 대학교의 교수 메간 스퀴어도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극단주의자들의 네트워크는 실제 외부 세계에선 그리 강력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외부 세력 개입도 확인되지 않았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시위 참가자 중 80%가 타지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주말 미네소타주 헤네핀 카운티에서 체포된 52명의 시위대 중 41명은 미네소타 주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와 외부세력을 공격하고 나선 건 시위 사태를 '이념대결' 구도로 몰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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