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유족회 "피해 할머니들, 정대협·윤미향 무서워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이 1일 오후 인천 강화군 선원면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 뉴스1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이 1일 오후 인천 강화군 선원면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 뉴스1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1일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과 이 단체의 이사장이던 윤미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권력단체를 살찌우는 데 혈안이 됐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유족회는 정대협을 가리키며 "천인공로할 집단" "비리의 시궁창" 등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유족회는 이날 오후 2시 인천 강화군 선원면 한 식당에서 ‘정대협(정의연 전신) 30년 민낯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대협 해체하라 윤미향 (국회의원) 사퇴하라 생존위안부 외면하고 인권운동 웬말이냐”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서다. 기자회견에는 양순임 유족회장과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양엽 할머니의 아들·딸도 참석했다.

양 회장은 “윤미향과 정대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단체가 아니었다”며 “또 하나의 권력단체를 살찌우는 데 혈안이 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드러난 비리 의혹들에 대해선 “빙산의 일각”이라고도 했다.

"피해 할머니들, 윤미향 무서워해" 

2005년 작고한 고 강순애 할머니와 관련해선 “할머니가 생전에 ‘나 죽으면 화장해서 언니들이 묻혀 있는 망향의 동산에 묻어 달라’고 여러 번 부탁한 적 있고 이 사실을 정대협에 전달했는데, 정대협이 이를 무시하고 납골당에 안치했다”고 밝혔다. 정대협이 “강순애 할머니 비석을 세우는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유언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선 “피해 할머니들이 정대협과 윤 전 이사장을 무서워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정의연이 매주 수요일 열어온 ‘수요시위’에 대해선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게 진정으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최선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양 회장은 앞서 윤 전 이사장 등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선 “이 할머니의 말이 다 맞다”고도 했다.

양 회장은 “국민들은 정대협에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윤 전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리에서 사퇴하고 정대협은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국회에 첫 출근한 날이다.

양 회장 옆에 있던 고 김 할머니 딸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는데, 윤미향은 사리사욕을 챙겼다니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유족회는 태평양 전쟁 당시 군인·군속·노무자·여자근로정신대·일본군 위안부 등에 강제로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와 그 가족이 모여 1973년 만든 단체다.

강화=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