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멋지죠? 물고기를 가슴에 붙인 아마존 소년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8:00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15)

아마존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들이 보고 싶어 에콰도르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와 정말 닮아 있었다. 카누가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어서, 컴패션 어린이들이 카누를 타고 등교하고 있었다. [사진 허호]

아마존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들이 보고 싶어 에콰도르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와 정말 닮아 있었다. 카누가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어서, 컴패션 어린이들이 카누를 타고 등교하고 있었다. [사진 허호]

아마존 열대우림을 둘러싼 나라가 몇 개일까요. 찾아보니 무려 9개국이나 되었습니다. 그중 제가 방문한 아마존은 에콰도르에 걸쳐 있는 곳으로 상상했던 거대하고 깊은 강이 아닌, 가늘고 얕은 상류 쪽에 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상상했던 아마존은 브라질 쪽이라고 했습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 꼬부랑 산길을 여섯 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서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밀림으로 날아 들었습니다. 밀림 속에 한 가정씩 띄엄띄엄 사는 작은 규모의 부족 마을로, 마을마다 어린이센터를 둘 수가 없어 10여 개의 부족을 한 곳의 어린이센터에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육로로는 갈 수 없어 경비행기로 이동했는데, 딱 네 명밖에 탈 수 없는 경비행기여서 조종사와 저, 직원들이 타고나니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촬영 장비와 물품들 때문이었습니다. 경비행기가 두 번 왕복하며 모레테코챠 마을과 아라후노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에콰도르의 아마존 상류는 작은 지류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자 짙은 녹색 밀림 속에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사라졌다 나타나고는 했다. 마을로 들어가 보니 아마존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습성을 가진 작은 물고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있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 보였다.

에콰도르의 아마존 상류는 작은 지류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자 짙은 녹색 밀림 속에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사라졌다 나타나고는 했다. 마을로 들어가 보니 아마존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습성을 가진 작은 물고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있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 보였다.

어릴 적 종종 멱을 감고 놀았던 개울이나 하천을 떠올리게 하는 에콰도르 쪽 아마존은 강의 발원지에 가까웠습니다. 어마어마한 열대 우림이 이 가느다란 지류로 인해 형성된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이곳에서 체험한 아마존은 마을 사람들의 수렵지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 목욕터였습니다.

아라후노 마을은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종착지였습니다. 나뭇잎으로 하체만 가린 누군가가 마중 나올 줄 알았더니 티셔츠 차림의 장화를 신은 사람들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아라후노는 고립만 되어 있을 뿐 학교도 있고 어느 정도 군락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밀림 속에 몇 백 미터 가면 옆집이 나올 정도의 군락으로 집이 드문드문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마을인 곳이었습니다. 자주 볼 수 있는 경비행기일 텐데도 어린아이들이 착륙하는 경비행기를 따라오며 반겨주었습니다. 아이들이랑 격없이 웃고 장난치며 놀았는데 더 없는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외적으로 우리와 정말 많이 닮았더라고요. 그리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실은 기뻐하고, 처음 보는 사이지만 낯설어 하지 않는 모습에서 순수 그 자체를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왔지만 서로가 친숙한 느낌이 강렬하게 새겨졌습니다.

밀림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일가족. 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2주 이상 집을 비운다는 아버지. 엄마와 세 딸은 자연이 주는 열매와 식물을 주식으로 그날도 채집 중이었다.

밀림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일가족. 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2주 이상 집을 비운다는 아버지. 엄마와 세 딸은 자연이 주는 열매와 식물을 주식으로 그날도 채집 중이었다.

아라후노보다 더 깊이 들어간 군락, 모레테코차에서 만난 네 모녀는 해맑은 모습뿐 아니라 아마존에서만 찍을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줘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 속 액자 형태를 만들어 주는 프레임은 이곳에서 밀림의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해 주었고 갑자기 밀림에서 튀어나온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더욱 신비롭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네 모녀 중 셋째가 이국적으로 생긴 꽃을 보여주었다. 원형질과 같은 순수한 미소는 이 소녀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네 모녀 중 셋째가 이국적으로 생긴 꽃을 보여주었다. 원형질과 같은 순수한 미소는 이 소녀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온 마을 어린이들이 컴패션의 후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초등교육조차 어려웠고 기본적인 의복과 생필품도 구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는 연령에 따라 나눠진 두 개의 반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어린이들은 다행히 센터에 모여 수업 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들의 삶은 여전히 새나 물고기를 잡고 식물을 채집하며 땅을 개간하여 감자 같은 것을 먹고 살며 자급자족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먹고 살 수는 있는 곳으로 짐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시로 나갔다가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천적 척추 기형을 앓고 있는 윌슨과 아빠. 아빠가 씻겨주는 대로 얌전히 아빠에게 안겨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등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로 아빠 품에서 느끼는 아마존의 대자연은 따뜻하지 않을까.

선천적 척추 기형을 앓고 있는 윌슨과 아빠. 아빠가 씻겨주는 대로 얌전히 아빠에게 안겨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등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로 아빠 품에서 느끼는 아마존의 대자연은 따뜻하지 않을까.

문명과 원시가 조화를 이루며 잘 섞여 있는 모습. 그럼에도 이들이 공부를 더하고 싶거나 뭔가 필요하면 돈이 필요했고 문명도 필요했습니다. 자급자족으로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본 이들의 필요는 더 많았고 아이가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난 윌슨네처럼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가정도 있었습니다.

윌슨이라는 남자 아이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휘고 틀어지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이 몸이 작을 때는 상관없었는데 성장하면서 휘어진 뼈가 내부 장기를 누르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윌슨을 살리기 위해 수술을 준비 중이었고 비행기로 진단을 위해 병원에 가는 수차례의 교통비와 통원치료비는 모두 컴패션이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국가 보조금이나 대형 병원에서 수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것이 안되면 컴패션 지원금으로 수술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현지 어린이들이 궁금하던 중, 컴패션 홈페이지에서 각 수혜국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돼 에콰도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곳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아이들 가정에 긴급하게 필요한 생필품 제공과 의료, 교육지원 등은 개별방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갑게도, 밀림에 거주하는 가족들 소식도 언급돼 있었습니다. 바이러스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일반 교통으로 식량공급이 끊겨 저장 식품이나 농작물, 가축으로 식량을 대신하고 컴패션은 대책 마련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윌슨을 만난 게 벌써 9년 전이니, 윌슨은 이미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어린이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 가운데에서 싸우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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