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닮은꼴 윤미향···내 편에만 적용되는 민주당의 ‘무죄추정’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5:00

“6개월 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생각나는 아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미리 알았는지에서 출발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후원금 유용 의혹, 안성쉼터 고가 매입 의혹 등으로 번져가는 모양새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와 비슷하다고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윤미향 사태’가 ‘조국 사태’를 정말 닮아간 건 의혹제기가 일단락된 이후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29일 윤 의원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9월2일 열렸던 조 전 장관의 '셀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 장소를 당일 통보한 것부터 재산 형성 및 자녀 문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대부분 “몰랐다”거나 “검찰이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피해가는 모습까지 닮은 꼴이었다.

민주당과 극비리에 조율하며 회견을 준비해 온 것도 비슷했다. 본지 취재 결과, 윤 의원과 민주당 사이 정보교환과 의사조율은 남인순 최고위원이 도맡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남 최고위원은 윤 당선인의 개인 계좌 내역까지 이해찬 대표에게 사전 보고했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를 떠나 총선을 준비중이던 K의원이 조 전 장관과 여권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했다. 조 전 장관 청문회 준비과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K의원이 사실상 조 후보자의 정무 참모 기능을 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뼈아픈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뼈아픈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

검찰 개편 주무부처의 장관 후보자와 비례대표 의원의 무게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조 전 장관은 강성 친문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지만 윤 의원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 조 전 장관을 낙점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고 윤 의원의 공천을 최종 승인한 사람은 이 대표라는 점 등이 다르지만 사태의 전개과정이 이토록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 전 장관에 관한 의혹제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21일 이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을 흔들겠다는 게 언론의 의도”라며 당내에 언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번에도 그는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당의 기조를 ‘윤미향 엄호’로 돌렸다. 이 대표의 카리스마에 집약된 당내 주류의 목소리가 “사퇴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당내 의견을 억누르는 상황도 조국 사태 때 봤던 그대로다. 그 이면엔 언론에 대한 오랜 불신과 함께 ‘그들만의 무죄추정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수요집회에 자주 나갔다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가 아는 윤미향 부부는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할 사람이 아니다”며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들만의 무죄추정’은 ‘검찰의 정치’를 늘 비난해 온 민주당이 스스로 검찰을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자기모순을 반복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미 '윤미향 사태'에선 '내부 검증 부실→언론의 의혹 제기→임명 강행 또는 사퇴 저지→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조국 사태의 흐름이 재연됐다. 남은 것은 검찰의 기소→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여권의 “검찰 개혁” 강변의 수순이다. 지난해 조 전 장관 청문회 다음날인 9월 7일 검찰이 그를 기소하자 홍익표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인권적 수사이며 명백한 기소권 남용”이라며 “조 전 장관 청문회는 다시 한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뉴스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는 윤미향씨의 유ㆍ무죄를 따지는 ‘사법적’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면서 “윤미향이라는 인물이 과연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적’ 자질을 따지고 있는 것”이라고 썼다. “개인계좌로 모금을 하고, 남편의 회사에 일감을 주고,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적 루트로 건물을 매입하는 등 공사의 구별이 불분명한 인물에게 과연 ‘공직’을 맡겨도 좋은지 묻는 것”이라면서다.

민주당은 윤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어 검찰 개편의 명분으로 삼기 전에 진 전 교수의 이날 글을 정독했으면 한다. 정치권 인사문제를 두고 다시 국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소모전을 벌이게 된 것도, 검찰에 다시 ‘정치’의 부담을 던져 또 다른 논란이 예정된 것도 여권의 부실한 인사검증과 무리한 버티기에서 시작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