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방어한 그것 때문에 낙선" 통합당 14명 얄궂은 패트재판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5:00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지난해 4월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지난해 4월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공식적으로 첫 ‘월요 출근’을 하는 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통합당 소속 전직 의원들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사건이 검찰에서 법정으로 넘어갈 때만 해도 현직이던 23명의 통합당 소속 가운데 이날 기준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은 9명 뿐이다. 나경원 전 의원 등을 포함해 다수의 의원이 낙선해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연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 등이 받는 혐의는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보좌진과 몸싸움을 하고 회의장을 점거하며 의사 진행을 막은 혐의다.

통합당 23명 중 9명만 의원직 유지

지난해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이들이 그토록 막았던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포함한 ‘사법 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긴 ‘선거 개혁’ 법안이었다. 특히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 설치에 ‘결사반대’하며 사법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것을 동료 의원이었던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시키면서까지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시도는 결국 무위로 끝났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1대 총선이 치러졌으며, 공수처 설치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각자 상대방을 폭행·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며 수사 자체는 지난해 5월 시작됐으나 수사 기관의 출석에 응답하며 조사를 받았던 당시 민주·정의당 의원들과 달리 통합당 의원들은 “편파 수사”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도 방어막 중 하나였다. 국회 회기와 총선 준비 등 일정을 이유로 대다수의 통합당 의원들은 고발·고소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5월에 시작된 수사는 지난해 말에나 마무리됐고, 여야 관계자 모두 올해 1월 초에 기소됐다.

"괜히 제 무덤만 팠다" 푸념  

지난해 4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낙선한 통합당 의원의 전 보좌관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며 “확정판결이 나기 전 유권자들이 ‘당선 무효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박탈은 물론 피선거권도 5년간 제한된다.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9명의 통합당 의원들도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또 다른 비서관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에 반대했는데 오히려 그걸 찬성했으면 지금과 같은 총선 참패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보고 참담했다”며 “제 무덤을 파는 길을 걸은 것도 모자라 재판까지 받게 된 거 아닌가”라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100%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100%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배분)를 도입했다면 대략 민주당 131석, 통합당 114석, 정의당 32석 등의 결과가 나와 상대적으로 쏠림 현상이 덜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00% 연동형은 통합당은 물론 민주당도 아예 검토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공동폭행' 민주당 5명 중 4명 당선  

5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21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5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21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한편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한국당 의원·보좌진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당과는 표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기소된 민주당 의원 5명 중 불출마 선언한 표창원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21대 총선에도 당선됐다.
또 이들에 대한 혐의는 폭행이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전 통합당 의원들에 비해 유죄 판결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폭행 혐의로 기소될 경우 금고(집행유예 포함)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만 의원직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8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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