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드 노후장비 교체? 그날밤 성주 '물건'이 들어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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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29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에 새로 반입된 장비 중에 패트리엇 미사일(PAC)과의 통합 운용을 위한 신규 장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번 장비 반입이 사드 체계의 성능 개량과 관계없다는 군 당국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로키’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9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경찰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주한미군 사드 기지를 향해 군 장비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9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경찰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주한미군 사드 기지를 향해 군 장비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31일 미 워싱턴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장비 교체의 핵심은 사드의 레이더를 통해 PAC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의 일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통은 “이번 작업은 단순한 노후장비 교체가 아니라 사드용 AN/TPY-2 레이더가 먼저 포착한 발사체를 PAC 체계에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관련 장비 반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을 공언해왔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 2월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미국 본토와 괌, 경북 성주 등 7곳에 배치된 사드 포대 및 훈련 장비를 개선하는 데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MDA는 또 2020년 예산안 설명에서도 주한미군 사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3억280만 달러(약 3700억원)를 배정한 바 있다. 당시 MDA는 주한미군의 통합긴급작전수요(JEON)에 부응해 사드와 패트리엇 체계를 통합하고, 원격 발사(remote launchers)와 방어 범위 확장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사드의 레이더·교전통제소 등 포대를 발사대와 분리 배치하거나 사드 레이더로 패트리엇을, 패트리엇 레이더로 사드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해당 계획의 골자다.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2019년 말 1단계로 사드와 패트리엇 시스템 간 연계 시도에서 성과를 낸 미측은 현재 사드와 신형 패트리엇 포대를 아예 통합하는 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관련 시험을 진행중이다.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다른 두 무기가 동시 운용되면 다층 방어체계가 구축돼 요격 시간이 단축되고 정확성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군이 한반도에서 우선 고려하는 건 사드 레이더로 신형 패트리엇인 PAC-3 MSE를 원격 발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사드 발사대를 추가로 들여오기엔 국내외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주 사드장비 반입 및 공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성주 사드장비 반입 및 공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패트리엇과 연동할 수 있는 전자장비를 일단 들여다 놓고, 나중에 업그레이드 기술이 완료되면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드용 AN/TPY-2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2000㎞에 이른다. 탐지거리 100㎞에 그치는 패트리엇 레이더를 사드 레이더가 대체하면 한반도 전역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의 효용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은 현재 수도권 4개의 PAC 포대를 비롯한 전국 10개 안팎의 PAC 포대에서 모두 40여기의 패트리엇 발사대를 운용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60여기를 합하면 한반도에서 운용되는 패트리엇 발사대는 총 100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번 교체 작업이 성능 개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9일 “노후화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운용시한이 넘은 일부 요격미사일이 반입됐다”며 “성능 개량에 대한 미측의 사전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요격미사일의 경우 기존의 것과 같은 종류, 같은 수량으로 교체가 이뤄졌고 추가되거나 개량된 발사대 역시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자장비 교체에 대해선 주한미군의 자산에 관한 사안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대공 미사일 체계에서 데이터 수집 전자장비는 센서, 즉 레이더를 의미한다”며 “전자장비 교체가 레이더와 연관돼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에 도입, 배치된 패트리엇-3 개량형(PAC-3 MSE) 미사일. [록히드마틴]

한국에 도입, 배치된 패트리엇-3 개량형(PAC-3 MSE) 미사일. [록히드마틴]

미측에서 거론된 사드 업그레이드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이를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배제한 채 현 상황만 설명한 것일 수 있다. 사드 관련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과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에 교체된 장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이뤄져 앞으로 사드 성능 개량이 이뤄질지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사안이라 언급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미측의 사전 설명대로 성능 개량은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정부, “중국에 충분히 사전 설명”…美 불쾌했나 

정부가 이번 사드 장비 반입 전 미국과 협의 없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한 점을 놓고서도 일각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사드 장비 교체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중앙일보의 질의에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 사전 설명한 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양국 정부에 문의해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미측의 이런 반응이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술적 수준에서 다뤄지는 포나 전차도 아니고, 전략적인 성격의 장비 변동 사항을 소유·관리·운용 주체인 미측 협의 없이 주변국에 알리는 게 상식에 벗어난다는 점에서다.

국방부 정책실장을 지낸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일을 선례로 중국이 한·미 방위태세에 건건이 개입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한·미 간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측이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부각되면 동북아시아에서 미군의 전략 장비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데,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한 것이란 얘기다. 한 당국자는 “새로운 무기 체계 도입도 아니고, 단순히 기존 장비 교체를 주변국에 설명하는데 미국 허가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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