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건강한 가족] 취나물 무침 얹은 햇보리밥과 매실차, 6월의 피로 씻어줘요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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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한영실의 작심3주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리 고갯길~.” 지난가을에 추수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굶주릴 수밖에 없던 춘궁기(春窮期)를 그린 노래다. 오는 5일은 보리를 베고 벼를 심는 시기, 망종(芒種)이다.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하는 때다. 보리는 벼보다 재배가 수월하고 잡초를 뽑아주지 않아도 되므로 쌀 수확이 부족하던 때 정부가 보리 혼식을 장려하기도 했다. 보리를 수확하는 6월은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더욱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달이다. 여름이 되면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몸 안의 전해질이 빠져나가 갈증이 생기고 쉽게 피곤해진다. 몸 안의 대사 활동은 점점 활발해지는데 영양 공급이 따르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음식이 상하기 쉬우므로 식품 위생에 소홀히 하면 배탈이나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첫째 주) 피로물질 없애주는 보리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보리를 먹는 사람’으로 불렸다. 피로를 풀고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보리를 많이 먹어 나온 말이다. 보리에는 비타민 B1·B2 등 비타민B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타민B군은 대사 기능을 활발하게 해 피로물질이 몸 안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비타민B1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고 저장량이 많지 않아 부족하면 심혈관계, 근육, 신경과 소화기계에 다양한 손상이 발생한다. 특히 뇌신경계는 에너지로 포도당을 사용하므로 비타민B1이 부족하면 두통·피로감·우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타민B2는 에너지 대사 과정의 산화·환원 반응에 관여한다. 부족 시 코와 눈 주변의 피부 염증, 입술과 입 가장자리의 구순염과 구각염, 그리고 각막의 충혈 및 빛에 대한 과민증을 초래한다. 검투사뿐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는 보리가 미모와 다산(多産)의 여인을 상징했다. 보리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소 베타글루칸은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세포인 대식세포의 기능을 높인다. 대식세포는 이를 통해 피부에서 피부 표피 세포 증식인자 분비를 증가시켜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해 준다. 또한 피부의 상처와 자외선에 노출된 세포의 회복을 도와 피부 세포 보호는 물론 보습 효과를 높인다.

둘째 주) 갈증 풀어주는 매실
상매소갈(想梅消渴), 매실을 상상하고 갈증을 잊는다. 중국 후한 말 난세의 영웅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던 중 목말라 하는 병사들에게 매실의 신맛을 상기시켜 갈증을 잊게 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조선 후기에 농사·음식·육아 등을 적은 책규합총서에도 여름에 갈증을 풀어주는 매실차 만드는 법이 적혀 있다. 매실에는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신맛을 내는 구연산이 레몬의 두 배 이상 들어 있다. 몸에서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생성된다. 젖산이 몸속에 쌓이면 근육의 단백질과 결합해 어깨·목 등이 결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지구력이 떨어진다. 구연산은 젖산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몸 밖으로 배설시키는 작용을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거리 육상선수를 비롯한 운동선수들에게 매실액을 섭취시켰을 때 체내 신진대사 활성화, 노폐물 제거 및 산소 운반 능력에 대한 혈액 성분의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또한 매실에 들어 있는 피크르산은 강한 살균 작용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의 성장을 막고 분해한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매실은 유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노란빛을 살짝 띨 때 구연산 함량이 가장 높다. 매실청은 잘 씻어 말린 매실의 꼭지를 제거하고 설탕을 일대일 비율로 섞어 3개월 정도 숙성시켜 만든다. 물을 부어 차로 마셔도 좋고 고기를 잴 때, 겉절이를 담글 때 등 음식의 맛을 돋우는 양념으로 쓸 수 있다.

셋째 주) 혈액 맑게 하는 취나물
25일은 단오다. 단옷날을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는 우리말의 수레를 의미한다. 수리취 절편은 대표적인 단오 음식이다. 멥쌀가루에 데친 수리취를 곱게 다져 섞은 뒤 쪄서 수레바퀴 문양의 떡살로 찍어 내어 ‘차륜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은 약 60여 종이 있다. 이 중 참취·곰취·수리취 등이 나물과 쌈 그리고 떡의 재료로 많이 이용된다. 우리 몸에는 약 4.5~5L의 피가 12만㎞, 무려 지구를 세 바퀴나 돌 수 있는 길이의 혈관을 지나다니며 산소와 영양분을 몸 구석구석까지 공급한다. 그러므로 혈관이 깨끗해야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은 혈액을 탁하게 만든다. 그러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늦어져 쉽게 피로해지고 동맥경화나 심장 질환의 발생률도 높아진다. 옛말에 ‘손톱 밑 가시 든 것은 알아도 염통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가벼운 통증은 못 참으면서 심장이 썩어 들어가도 모르는 우를 범하기 쉽다는 뜻이다.

취나물에 풍부한 식이섬유소와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폴리페놀류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대변으로 배설시켜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농도를 낮춘다. 취나물에는 고혈압의 주원인인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는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은 세포의 성장에 필요하며, 혈당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는 과정에도 필요하다. 보리밥에 참기름으로 무친 취나물을 얹은 비빔밥과 매실차는 뜨겁게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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