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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 아이템 갖고 말겠다” 어른도 빠져든 스벅가방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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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올여름의 ‘스타벅스’ 굿즈. 특히 소형 캐리어 ‘서머 레디백’은 리셀 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진 각 브랜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올여름의 ‘스타벅스’ 굿즈. 특히 소형 캐리어 ‘서머 레디백’은 리셀 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진 각 브랜드]

“물건 받고 싶다면 무조건 아침에 오셔야 해요. 늦어도 10시 전. 오후엔 절대 받을 수 없어요.”

올해의 ‘잇백’ 떠오른 서머 레디백 #할리스 하이브로우 캠핑용 의자 #한정판 굿즈 손에 넣는데서 쾌감 #코로나로 외출 막히자 대리만족도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전해준 팁이다. ‘물건’이란 음료를 마시고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을 말한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한 올해 여름의 ‘e-프리퀀시 이벤트’로 증정하기 시작한 소형 캐리어(서머 레디백)와 캠핑 의자(서머 체어)를 받으려는 이들의 행렬이 열흘 넘게 계속됐다. 스타벅스 측은 “준비된 물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은품을 손에 넣는 건 쉽지 않다. 2030 세대는 물론, 4050 중장년층도 굿즈 모으기에 열중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가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내놓은 캠핑용 의자와 파라솔. [사진 할리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가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내놓은 캠핑용 의자와 파라솔. [사진 할리스]

여름이면 많은 커피·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앞다퉈 여름용 굿즈(특정 회사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파생 상품)들을 내놓는다. ‘할리스’가 지난달 12일 배우 이천희의 캠핑용품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내놓은 캠핑용 의자와 파라솔은, 매장마다 개점과 동시에 동났다. 오는 9일엔 물건을 담아 옮기는 ‘멀티 폴딩 카트’가 출시된다.

‘투썸플레이스’와 ‘커버낫’의 서머 매트와 텀블러 키트. [사진 각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와 ‘커버낫’의 서머 매트와 텀블러 키트. [사진 각 브랜드]

또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굿즈를 선보였다. ‘커버낫’과 함께 서머 매트와 텀블러·가방 세트(텀블러 키트)를 만들어 빙수를 주문한 사람에 한해 60%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목표 대비 2배 넘게 팔렸다. 투썸플레이스의 이지혜 과장(마케팅 담당 MD파트)은 “패션 분야는 밀레니얼 세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며 “이 세대에 인기가 높은 커버낫과 함께 제품을 기획해, 타깃 소비자와 시즌을 모두 공략하는 효과를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벤트성 상품이었던 굿즈는 이제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카페와 패션·리빙 브랜드의 협업, 펭수와 카카오프렌즈가 함께 만든 캐릭터 굿즈 등 같은 제품이어도 특별하게 기획된 굿즈의 인기가 더 높다. 투썸플레이스와 협업한 커버낫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협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매달 협업 굿즈가 하나씩 출시될 정도다.

지난달 초 출시한 패션 브랜드 ‘휠라’와 ‘서브웨이’의 슬리퍼 등 협업 제품. [사진 각 브랜드]

지난달 초 출시한 패션 브랜드 ‘휠라’와 ‘서브웨이’의 슬리퍼 등 협업 제품. [사진 각 브랜드]

패션 브랜드 ‘휠라’도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 식품 브랜드 ‘펩시콜라’ ‘메로나’, 화장품 ‘베네피트’까지 다양한 업종 간 협업 굿즈를 선보이는데, 올여름엔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와 협업해 신발부터 반소매 티·모자·가방까지 총 24종의 기획상품을 내놨다. 휠라 관계자는 “타깃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와 협업한 결과, 브랜드 환기 효과가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이런 굿즈를 받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그중 스타벅스의 굿즈는 가장 인기가 높고, 사은품을 받는 조건도 가장 까다롭다. 우선 음료 17잔을 마셔 스타벅스의 충성고객임을 증명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음료를 마시고 받은 온라인 스티커(e-프리퀀시) 17개를 모아야 하는데, 음료도 매장에서 만든 음료여야 하고 그중 3잔은 이번 여름 시즌의 특별 메뉴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올해 가장 인기를 끈 서머 레디백의 경우 온라인에선 이를 10만~13만원에 파는 재판매(Re-sell)가 이뤄지고 있고,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선 한 소비자가 한꺼번에 음료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 17개를 받은 뒤, 한 잔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버리고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구하기도, 사기도 힘든 굿즈에 어른들까지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한정된 기간과 수량이라는 제한 조건이 걸린 ‘희소템’을 손에 넣었다는 쾌감, 즉 ‘자기효능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기효능감은 캐나다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가 소개한 개념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의 굿즈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면서 사전 기획과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등 굿즈의 품목과 품질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며 “상품이 좋아지니 만족감도 높고, 또 이를 되팔아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재테크 효과를 노리는 이중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기 힘든 조건 역시 더욱 굿즈에 목을 매게 만드는 요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타벅스·할리스 등 카페 브랜드 굿즈의 인기에 대해 “공짜로 받는 사은품은 이미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받지 못하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되는데, 살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며 더 가지고 싶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스타벅스의 캠핑용 캐리어와 의자의 경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대표(트렌드랩506)는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굿즈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집콕 트렌드로 캠핑에 대한 열망이 증폭돼 더 인기가 가열된 것”으로 봤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캠핑이 다시 조명됐고, 혹여 지금 당장은 가지 못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언젠간 가겠다’는 희망을 품는다”는 설명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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