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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국민 기본소득 역부족, 청년부터 도입 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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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시대 리더십과 관련, ’전시에는 위기 관리에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시대 리더십과 관련, ’전시에는 위기 관리에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코로나 국민 총리’라는 별명이 생겼다. 지난 1월 취임 후 줄곧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히 위협적인 가운데 정 총리는 최근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전임자인 이낙연 의원이 총리로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올라선 만큼 표현을 못 해 그렇지 그 점도 염두에 두고 있을 터다. 이미 대선 도전 경험이 있는 그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로 24년간의 의원 생활을 마감했다. 마흔여섯 나이에 배지를 달아 내리 6선을 했다. 그런 그가 의원 생활을 정리하며 페이스북에 “의회·민주주의자로의 꿈은 마지막까지 진행형”이라고 썼다. 29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현안과 더불어 ‘정세균 정치’를 돌아보는 인터뷰를 했다.

24년 의원 생활 마감한 정세균 총리 #6선 하는 동안 기억 남는 일 #두 번의 탄핵 제일 힘들고 충격적 #19대 총선 종로서 당선 가장 의미 #친노에서 큰 역할 하지 않았나 #난 친노 코어그룹은 아니고 범친노 #노무현 날 키워줘, 나는 친노 서포트 #의회·민주주의자로의 꿈 #다음 세대 우리보다 더 부자되는 #그런 세상 만드는 꿈 현재진행형 #재정 확장에 우려 나오는데 #생일날 먹자고 열흘 굶을 수 없어 #당장 숨넘어가니 급한 불은 꺼야

의원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가 어떤가.
“한마디로 섭섭하다. 8766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의회주의자로 활동했는데 마지막 날 아닌가. 그러니 섭섭하다.”
뭐가 가장 섭섭한가.
“소년 시절부터 ‘국회의원이 돼야겠다’ 해서 꿈을 이뤘다. 그것도 하루도 쉬지 않고 6선을 한 사람은 나 하나다. 일을 많이 했지만 하고자 하는 걸 다 하진 못하지 않았겠나. 세상을 좀 바꾸려고 정치를 시작한 건데 최선은 다했지만 그게 얼마나 성공적이었나 하는 것에 대해선 회한이 남는다.”

“기업에서 일한 건 외도, 꿈이 정치였다”

기업 임원으로 있다 정치권으로 왔는데.
“꿈이 정치였다. 기업에서 일한 것이 외도다.”
정치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적으론 두 번의 탄핵이 가장 힘들고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론 40대에 (의원으로) 선택받은 게 아주 감격스러웠고, 2012년 19대 총선 때 종로에서 새 도전을 해서 당선된 게 가장 의미 있다.”
종로로 왜 옮겼나.
“도전이었다.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잘하고 있었지만 ‘한 단계 레벨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네 번씩이나 뽑아줬으면 안주하는 건 좀 사내답지 못하다’고 해서 당시엔 종로가 제일 어려운 데였으니까. 종로에서 선택을 받으면 정치를 계속하고 실패하면 정치를 끝내자고 결심했다. 누구에게 떠밀린 게 아니라 스스로 결단해 도전하고 성공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정세균 총리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를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종로로 옮겨 당선 된 후 주민들에게 인사하며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정세균 총리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를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종로로 옮겨 당선 된 후 주민들에게 인사하며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큰 꿈이 있어서 그런 건가.
“굳이 딱 연결할 건 아니지만 그런 것도 근저에 깔려 있을 거라 본다.”
민주당은 친문이 대세다. 친문의 전신이 친노고 한때 친노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나는 범친노다. 친노, 코어그룹이 있고 나는 조금 더 넓힌…. 나는 원래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했다. 그랬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키워줬다. 노 대통령과의 인연은 노무현 대선 기획단의 정책실장부터 시작했고 거기서 장관도 했다. 2006년 8월께다. 내가 산업자원부 장관을 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나를 부르더니 ‘당으로 가야지 안 되겠다. 이대로 도저히 국정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때 당이 뒤숭숭하고 난리였을 때다. 나는 ‘정부에 있고 싶다’고 했지만 계속 등을 떠밀어서 결국 당 의장을 맡았다. 그래서 노 대통령 마지막 해에 당을 맡은 거다. 노 대통령은 일관되게 나를 지지해 줬다. 난 친노를 서포트했다. 나의 의리였다. 노 대통령이 어렵게 된 이후에도 친노를 밀었다. 나는 친노 코어그룹은 아니고 범친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폐족이었던 친노가 부활하지 않았나.
“그때까지 당 대표를 했다. 이광재·안희정 등을 공천도 하고, 친노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내가 좌장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서운해하니, 범친노의 핵심이라고 하면 될 거다.”
코로나 시대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나.  
“위기관리에 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평시에는 국민과 소통하고 사랑하면 되지만 전시에는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유능한 의회·민주주의자로의 꿈은 진행형에 있다’는 의미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정치를 왜 하는가에 대한 거다. 내가 정치인으로서 성공한 케이스지만 어느 자리에 가기 위해 정치를 한 게 아니고 더불어 함께 잘사는 그런 세상을 꿈꿨는데, 아직 멀었다.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은 어머니·아버지보다 계속 부자가 됐다. 과연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좀 불안하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자리를 탐했다고 생각하는 건 정치인 정세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접근이다.”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나.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건 일절 생각하고 있지 않다.”

“177석 여당, 열린우리당 때를 거울삼아야”

지난달 29일 정 총리가 24년간의 의정 생활을 마감하며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사진 정세균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9일 정 총리가 24년간의 의정 생활을 마감하며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사진 정세균 페이스북 캡처]

당 연찬회에서 ‘177석을 예뻐서 준 게 아니다’는 쓴소리를 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대한항공 폭파 사건 재조사, 현충원 파묘 등 과거를 얘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총리는 그런 것에 대해 답변 안 하는 게 좋다.”
과거사법 등을 추진한 열린우리당 때가 생각 안 나는지.
“이해찬 대표가 열린우리당 때를 거울로 삼아서 재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같은 생각이다.”

정 총리가 총리로 임명된 후 자신의 정치를 주제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질문을 현안으로 돌렸다.

코로나19가 어디까지 갈 것 같나.
“아주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라 언제 호전될 것인지 기약을 할 수 없다. 우리를 포함해 올해 가을이나 겨울에 세컨드 웨이브가 온다고 한다. 제2의 대유행, 스페인 독감은 제3차 웨이브까지 왔더라. 나는 전문가들이 세컨드 웨이브를 이야기하는 걸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가을이나 겨울에 그게 온다고 생각하고 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안 오면 좋고. 그때는 우리가 괜히 예행연습을 했구나(할 것이고), 그럼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대비를 안 하고 있다가 오면 심각해질 수 있다.”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우선 병실도 더 확보하고, 의료진도 어떻게 할 건지…. 진단키트, 마스크, 방호복, 고글 등 전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독감 백신, 원래 2000만 명분 정도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3000만 명 정도 준비한다. 왜냐면 독감에 걸려버리면 이게 코로나와 판별 안 돼 어려울 수 있다. 독감도 코로나처럼 보이고, 그런 사달이 나면 안 된다.”
마스크 가격 인하는 안되나.
“(정부와 마스크 업체 간 계약이) 6월 말까지다. 그 이후엔 시장에 맡길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럼 (공급이 초과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이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하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는 근절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같이 살아야 하는 거다. 그래서 조금 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막 놀라거나, 줄었다고 해서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고, 방역 당국을 믿고 철저하게 생활방역 실천하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된다.”
재정 확장이 정부 방침이다. 장기화에 대비할 때 재정을 너무 많이 풀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급한 불은 꺼야지. 생일날 잘 먹자고 열흘을 굶을 수는 없지 않나.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니까. 지금 가용 재원을 풀어서 급한 불을 꺼야, 살아 있어야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나. 기업이 살아 있어야 일자리도 있고 세금도 내고 한다.”
마지노선이란 게 의미 없다는 건가.
“그렇다. 가능하면 빚을 안 내는 게 최선이지만 꼭 필요하면 쓸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걱정하는 건 이해한다.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불을 먼저 꺼야 한다는 거다. 물론 실탄을 아껴야 한다. 그래서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써서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재정 확보 방안은.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세원 확충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증세 문제는 하루아침에 카드로 꺼낼 일이 아니고 국민적인 공감대도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제도하에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런 것부터 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고 할 일이지, 그걸 이분법적으로 증세냐 감세냐 논하는 건 그야말로 저급한 수준의 접근이라고 본다.”
3차 추경은 얼마나 하나. 규모가 큰가.
“작지는 않다.”
최근 사회안전망으로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이 제안되고 있다. 어떤 방향이 맞다고 보나.
“다 하면 좋다. 그런데 돈이 많지 않다. 고용보험의 수혜는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 사정을 보면 기본소득을 도입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이라면 어느 정도 생활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그럴 돈이 어디 있겠나. 지금 제일 아픈 건 청년들이다. 부족하더라도 청년들에 대한 기본소득을 한번 의논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신용호 논설위원, 윤성민 기자 novae@joongang.co.kr

※윤서아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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