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30곳 이상 도시서 시위 불길…어떻게 시작해 번지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아프리카계 남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시위는 22개 주(州) 30곳 이상의 도시로 퍼졌다.

일부 시위대가 방화와 약탈을 일삼는 등 시위가 과격화되는 가운데 최소 4명의 사망자까지 나온 상황이다. 현지 언론이 전한 이번 사태의 주요 장면을 정리했다.

◇"숨을 쉴 수 없다" 호소에도

모든 사건의 발단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지난 25일 발생했다.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이 식료품점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아프리카계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려다가 숨지게 한 것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이날 쇼빈은 플로이드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비무장 상태의 플로이드를 땅바닥에 눕힌 채 그의 목을 무릎으로 8분 이상 눌렀다.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수 차례 호소했지만 쇼빈은 이런 동작을 계속 했다. 플로이드가 기절한 뒤에야 구급차로 그를 이송했고, 플로이드는 1시간여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

◇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이튿날부터 미니애폴리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27일까지 이틀 연속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플로이드가 남긴 마지막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여성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여성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위대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Justice for George Floyd)"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시위가 과열화되면서 27일 밤에는 사망자가 나왔다. 일부 시위대가 주변 상점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는 과정에서다. 미니애폴리스의 한 전당포 사장이 가게를 습격한 폭도에게 총격을 가했고, 그중 한명이 사망한 것이다.

◇아프리카계 CNN 기자 체포 

지난 29일엔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을 보도하던 CNN의 오마르 히메네즈 기자가 생방송 도중 주(州)방위군에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새벽 5시쯤 히메네즈 기자는 생방송 도중 진압복을 입은 주방위군이 다가오자 CNN 기자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주방위군은 스튜디오의 앵커와 대화 중이던 히메네즈와 그의 스태프를 전원 연행했다. 이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미국 사회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특히 히메네즈 기자가 아프리카계여서 체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다른 백인 기자는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히메네즈 기자는 약 1시간 정도 구금된 뒤 풀려나 곧바로 현장에 복귀했다. 다만 그는 연행 과정에서 "강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약탈하면 발포하라"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군 투입이 언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폭력배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약탈하면 발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약탈하면 발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이 트윗은 미국 흑인사회를 더욱 자극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말은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윌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은 선동하는 트윗을 할 때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하면 발포한다"는 트윗을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은 선동하는 트윗을 할 때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하면 발포한다"는 트윗을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선동적인 트윗을 할 때가 아니다"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인 만큼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연방군 투입할 수도"

트럼프는 이튿날에도 포문을 멈추지 않았다. 30일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현장에서 연설 도중 8분여간 시위대를 규탄했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극좌파”, “폭도”로 부르면서 연방군 투입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 습격으로 경찰이 경찰서를 버리고 도망치고, 시위대가 장악한 것을 봤다”며 “우리 군대는 언제든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전역으로 시위 확산

30일 현재 25개 이상 도시가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폭력 시위는 확산 일로다. 시위가 과격해진 가운데 미니애폴리스, 디트로이트, 인디애나폴리스, 세인트루이스 등에서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뉴욕시에선 120명 이상의 시위대가 잡혀가고, 최소 20대의 경찰차가 파괴됐다.

미국 ‘흑인 사망’시위 확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흑인 사망’시위 확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재 주방위군이 투입된 곳은 11개 주다. 30일 현재 미 전역에서 최소 1400여명이 폭력 시위로 체포됐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