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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매달 11개씩 늘던 유니콘, 코로나19로 반토막 났다

중앙일보

입력

증가 추세가 한풀 꺾였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 얘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 2년간 월평균 11곳씩 탄생하던 신규 유니콘이 올해 절반 수준인 평균 6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돈줄을 쥔 투자자들의 판단이 더 신중해졌다.

[팩플데이터]

유니콘 중에서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공유숙박업체 에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국가 간 여행이 막히면서, 연초 대비 49%(350억 → 180억 달러)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가 연초 전망치 대비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4월 국내 벤처투자 역시 1년 전보다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① 3월이후 신생 유니콘 12개뿐 

연도별 신규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연도별 신규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CB인사이츠의 유니콘 리스트에는 28일 현재 472개 기업이 올라있다. 이 가운데 올해 등록된 유니콘은 31개다. 월 평균 6개꼴.
· 2018년 탄생한 유니콘은 133개, 지난해에는 129개였다. 월평균 11개씩 증가하던 추세가 크게 꺾였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3월 이후 신규 유니콘은 12곳 뿐이다.

② 투자도 줄어

CB인사이츠도 지난 3월 올해 1분기 스타트업 투자가 당초 전망치보다 100억 달러(12조원·15%) 줄어든 670억 달러(83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올해 유니콘이 된 중국 스타트업은 킵(피트니스앱), ASR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통신부품제조) 등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18곳이었다.
·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자금을 쥔 벤처캐피탈은 굳이 지금 투자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③ '애프터 코로나'에 뜨는 에듀테크·사이버보안 

이 와중에 '비대면 플랫폼' 관련 기업은 이전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분야별 신규 유니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분야별 신규 유니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수요가 늘었다. CB인사이츠가 분류한 16개 부문 중 에듀테크 부문 유니콘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이 분야 신규 유니콘은 3곳, 올해는 5월말 현재 이미 4곳이다.
· 2017년 유니콘이 된 중국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 위안푸다오는 지난 1월 28일 확인 당시 30억 달러(3조6000억원)이던 기업가치가 5월 28일에는 78억 달러(9조7000억원)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 3월 말 텐센트 등에서 10억 달러(1조2000억원)를 투자받았다.
·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3곳도 올해 유니콘에 올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기준이 될 원격 근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이버 보안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④ 위워크·에어비앤비 흔들리는 '데카콘'

반면, 실리콘밸리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들은 줄줄이 하락세다.

떠오르는유니콘몰락한유니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떠오르는유니콘몰락한유니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에어비앤비는 예약이 급감하자 모든 마케팅을 중단할 뿐 아니라, 1900명(전체 25%)을 해고했다. 지출 8억 달러(1조원)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B인사이츠에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기존 350억 달러(43조원)에서 180억 달러(22조원)로 대폭 떨어졌다.
·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지난해 나스닥 상장 심사 과정에서 손실 규모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470억 달러(58조원)로 평가받던 기업가치는 상장 실패후 80억 달러(10조원)까지 떨어졌다(파이낸셜타임즈). 전자담배업체 쥴(JUUL)은 판매 부진과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500억 달러(62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120억 달러(15조원)로 폭락했다. 위워크, 쥴 등의 몰락은 '유니콘 거품론'으로 이어졌다. 유니콘이 수익을 못 내면서 몸집만 키웠다는 비난이다.
· 정유신 교수는 "붐이 거품이 되고, 거품은 붕괴로 이어진다. 이게 벤처(신사업)의 속성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효율성은 전체적으로 올라간다"며 "비경제적 요인인 코로나19가 결과적으론 산업 구조 전반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⑤국내 투자 1년 전보다 11% 감소 

한국 유니콘은 5월 현재도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같은 10곳(CB인사이츠 기준)이다. 그러나 국내 벤처투자도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월 187개 벤처투자사의 총 투자액은 74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89억원에 비해 4.2% 감소했다.
·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벤처캐피탈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꾸준히 모태펀드 규모를 늘리고 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비대면, AI, 모바일, 게임 등 분야에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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