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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표적 찾고 타격···10년 후 첨단전투, 보병은 걷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강원도 홍천 야산에 설치된 대형 천막에 들어서니 영화 속 첨단 전투 현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장갑차 3대를 붙여 만든 대대 지휘소는 통신·영상 장비로 가득했다. 아군 병력과 대항군의 실시간 정보는 대형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아미 타이거 4.0' 보병대대 전투실험

“정찰 드론 언제 투입하나? 영상 확인해 보고하라” 25사단 만월봉 대대장 임창규 중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내 “대항군 2명을 식별했고 소부대 활동으로 보인다”며 현장 첩보가 연이어 보고됐다. 대형 모니터에는 대항군 움직임을 포착한 드론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21일 차륜형장갑차에서 하차한 25사단 만월봉대대 장병이 대항군 진영을 기습해 점령하고 있다. 육군은 18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홍천 육군과학화훈련단(KCTC) 훈련장에서 'Army TIGER 4.0' 보병대대 전투실험을 했다. [박용한기자]

지난 21일 차륜형장갑차에서 하차한 25사단 만월봉대대 장병이 대항군 진영을 기습해 점령하고 있다. 육군은 18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홍천 육군과학화훈련단(KCTC) 훈련장에서 'Army TIGER 4.0' 보병대대 전투실험을 했다. [박용한기자]

육군은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홍천 육군과학화훈련단(KCTC) 훈련장에서 ‘Army TIGER 4.0’(아미 타이거 4.0) 보병대대 전투실험을 했다. 무인전투체계 등 첨단장비 28종 225대를 투입해 미래 전투수행개념을 실험하는 현장이다. 10년 후 육군이 선보일 ‘빠르고 치명적인 공격’을 미리 맛봤다.

육군 병력은 2022년까지 10만 명을 감축해 36만 5000명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론 미래전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워리어 플랫폼’ 등 전투 플랫폼 극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육군교육사령부 이온택 중령은 “‘아미 타이거 4.0’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을 군에 접목해 기동화, 네트워크화, 지능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월봉대대 지휘소에서 전투 현장을 확인하며 지휘하고 있다. Army TIGER 4.0 네트워크화 덕분에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첩보와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박용한기자]

만월봉대대 지휘소에서 전투 현장을 확인하며 지휘하고 있다. Army TIGER 4.0 네트워크화 덕분에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첩보와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박용한기자]

미래 전장 변화의 핵심은 드론이다. 정찰 드론이 비행을 시작하자 이내 아군 후방지역을 교란할 목적으로 침투한 대항군을 찾아냈다. 감시 카메라는 수십 배를 확대할 수 있어 높은 하늘에서도 꼼꼼하게 지상을 살필 수 있다. 드론을 띄우면 핵심 표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20%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을 투입하면 신속한 작전도 가능하다. 넓은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정찰 드론은 은밀하게 움직인다. 손바닥보다 작은 초소형 정찰 드론은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맨눈으로 찾기 어려웠다.

Army TIGER 4.0 전투실험 중 정찰 드론을 띄워 대항군 활동을 찾아냈다. [박용한기자]

Army TIGER 4.0 전투실험 중 정찰 드론을 띄워 대항군 활동을 찾아냈다. [박용한기자]

드론의 역할은 공격으로도 확대된다. 공격 드론은 대항군의 주요 표적을 찾아낸 뒤 타격한다. 드론에 장착된 총으로 원격 사격하거나 핵심 표적으로 돌진해 폭발하는 방식이다.

산악 지역에선 통신이 끊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원활한 지휘통신을 보장하기 위해 난청 지역 극복이 필요하다. 이때는 통신중계 드론이 등장한다. 드론에 장착된 무인 중계기가 하늘에 오른다. 이젠 병사가 산을 타고 오르며 통신 중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정찰 드론이 비행하며 대항군 움직임을 포착했다. 드론을 활용하면 병력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정찰 드론이 비행하며 대항군 움직임을 포착했다. 드론을 활용하면 병력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지상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인다. 지상정찰반은 산악 지형에 특화한 산악작전 차량을 타고 정찰 임무 지역으로 빠르고 은밀하게 침투해 대항군 진영을 살핀다. 중요한 표적의 위치와 영상을 지휘소에 전송하고 대항군을 저격한다.

실제 산악작전 차량을 탑승해 보니 두 사람이 앉을 정도로 크기는 작았다. 돌이 많은 산악 지형의 악조건에 특화된 타이어와 차체 구조를 갖춰 빠르게 기동하면서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아미 타이거 4.0’은 ‘네트워크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투현장 영상과 정보는 실시간 공유가 목표다. 대대 지휘소와 다른 부대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차량탑재형 120㎜ 자주박격포(차량탑재형 105㎜ 자주곡사포 모의) 포격을 시작했다. 지능화된 Army TIGER 4.0은 지휘관이 최적화한 타격 수단을 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차량탑재형 120㎜ 자주박격포(차량탑재형 105㎜ 자주곡사포 모의) 포격을 시작했다. 지능화된 Army TIGER 4.0은 지휘관이 최적화한 타격 수단을 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전술 다대역다기능 무전기(TMMR)를 통해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주고받는다. 전투지휘체계(B2CS)와 연결된 휴대폰처럼 작은 단말기를 통해 아군과 대항군의 위치와 전투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 확인한다. 명령과 작전정보를 문자로 전달할 수도 있다.

‘지능화’된 체계는 인공지능 기술로 최적의 타격수단을 제공한다. 지휘관은 지능화된 체계가 제안하는 정보를 참고해 보다 효과적인 작전 지휘를 결심할 수 있다.

각종 정보를 확인한 대대장은 박격포 공격을 결정했다. 차량탑재형 120㎜ 자주박격포는 대항군 무기체계의 유효사거리 밖에서 포격을 시작했다. 박격포 운용 장병은 명령이 떨어지면 1~2분 이내 첫 탄을 발사할 수 있다. 연이은 포격에 대항군 방어체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때 대대장은 ‘벌떼’ 군집 드론 공격을 지시했다. 군집 드론은 대항군 지휘체계와 주요 표적을 찾아내 타격했다.

병력 투입에 앞서 다목적무인차량이 기동로와 산악지역을 정찰하며 위협을 탐지했다. 폭발물 탐지 로봇은 지표면 아래 매설된 폭발물을 찾아내 제거할수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병력 투입에 앞서 다목적무인차량이 기동로와 산악지역을 정찰하며 위협을 탐지했다. 폭발물 탐지 로봇은 지표면 아래 매설된 폭발물을 찾아내 제거할수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대항군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대항군 진영 중심으로 돌진하기 위한 기동작전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진격에 앞서 ‘다목적 무인차량’을 투입했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기동로와 산악지역을 정찰하며 병력 투입 전 위협을 탐지했다.

‘폭발물 탐지 및 제거 로봇’은 지뢰·폭발물을 찾아냈다. 육군공병학교 김미애 소령은 “시간당 1.2㎞ 이동하면서 투과 레이더를 작동해 지표면 아래 설치된 폭발물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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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륜형 장갑차에 탑승한 25사단 만월봉대대 병력이 기습 공격을 위해 출동하고 있다. 육군은 25사단을 시작으로 차륜형장갑차 전력화를 추진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차륜형 장갑차에 탑승한 25사단 만월봉대대 병력이 기습 공격을 위해 출동하고 있다. 육군은 25사단을 시작으로 차륜형장갑차 전력화를 추진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수풀 사이에 숨어있던 차륜형 장갑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항군 종심지역으로 신속하게 기습공격에 나섰다. 행군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병은 이제 걷지 않는다. 장갑차에 탑승해 빠르게 출동한다. 방호력을 갖춘 K808 장갑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생존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장갑차에 장착된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은 하차한 보병 전투를 엄호하며 지원한다.

차륜형 장갑차에서 뛰쳐나온 보병이 대항군 종심지역을 기습 공격하고 있다. 장갑차에 설치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기관총이 공격작전을 엄호한다. [박용한 기자]

차륜형 장갑차에서 뛰쳐나온 보병이 대항군 종심지역을 기습 공격하고 있다. 장갑차에 설치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기관총이 공격작전을 엄호한다. [박용한 기자]

이날 전투실험을 마친 대대장 임 중령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투현장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전투 효과도 매우 좋아졌다”며 만족했다. 교육사 이 중령은 “첩보와 정보를 확인해 공격 명령을 내린 뒤 타격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며 아미타이거 4.0의 효과를 설명했다.

25일 현장을 찾은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미래 합동전장을 지배하는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나의 전사공동체’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이번 전투 실험으로 교리ㆍ부대구조ㆍ무기체계 등 분야별 요소를 실전적으로 검증했다. 앞으로 2021년까지 여단급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홍천=박용한 기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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