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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은 작가 바람을 닮은 사내, 고 김영갑을 추억하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
18년간 제주도 중산간을 1헤매며 오름 사진을 찍다 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병(루게릭병)에 걸려 죽은 사람. 그가 죽고 나서 그가 사진에 담았던 오름 상당수가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를테면 용눈이오름은 서울 남산 산책로처럼 관광객이 쉼 없이 드나들고, 다랑쉬오름 앞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늘어선다. 소가 풀 뜯던 한가로운 중산간 초원은 이제 렌터카 행렬로 어지럽다.

5월 29일은 김영갑의 15주기다. 5년 시한부 판정을 받고서도 1년을 더 산 김영갑은 15년 전 볕 좋은 봄날 아침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20만 롤이 넘는다는 필름과 폐교를 고쳐 지은 갤러리만 남긴 채 그는 떠나 버렸다. 주인을 잃은 갤러리를, 그의 유일한 제자 박훈일(52)씨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여러 번 넘겼으나, 코로나19 여파를 겪는 요즘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김영갑 15주기를 기념해 특별한 전시회를 기획했다. 김영갑이 떠나기 전 서울에서 열었던 2번의 전시회 작품을 다시 내건다. 이름하여 ‘내가 본 이어도’ 연작 전시다. 전시회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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