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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2중대 흉내"라는 홍준표에 뿔났다···김종인 "복당 불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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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자신을 공격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뿔이 많이 났더라. 다음 대권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는 당에 못 들어오게 해야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최근 만난 인사가 29일 중앙일보에 전한 말이다. 지난 27일 ‘김종인 비대위’가 공식 출범했는데, 이 인사는 그 전에 김 비대위원장을 만났다며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날도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썼다. 김종인 비대위가 중도개혁 노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자, 이를 겨냥해서 한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특강 요청을 수락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총선참패의 원인 진단과 함께 당 쇄신 계획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특강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특강 요청을 수락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총선참패의 원인 진단과 함께 당 쇄신 계획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특강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 전 대표가 처음부터 김 위원장에게 날을 세웠던 건 아니다.

“그분은 카리스마가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다”(4월 17일 CBS 라디오)며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가, “정계에 기웃 말라”(4월 25일 페이스북)고 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 등을 거론하며 “대선 후보로서의 시효가 끝났다”고 한 언론 인터뷰(4월 24일) 직후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의 분석은 이랬다.

“하루아침에 입장이 표변했다. ‘홍준표는 시효가 끝났다’고 하니까 그런 것이다. 홍 전 대표가 ‘대선 후보를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이제는 27년 전 사건까지 소환을 시켜서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충분히 든다.”(4월 27일 MBC 라디오)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홍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직후 통합당 복당을 추진하는 동시에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혀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3월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3월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70년대생·경제 전문가 대선후보론’을 강조하고, 외부인 청년층과 당내 혁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려 하자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선 복당은 대선 후보로 가는 첫 관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 대신 당 고문 중심의 비대위 구성(자강론)을 제안해 온 것도 복당을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김종인 비대위가 당선인 워크숍과 상임전국위·전국위 등을 통해 추인절차를 밟아나가자 “정치적 상처 각오해야 한다”(25일)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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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악연이 있다. 홍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내가 김종인의 뇌물 자백을 받았다”(4월 25일 페이스북)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진 둘의 연연도 소개했다. 홍 전 대표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비대위원이 나의 동대문을 공천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 대표를 사퇴한 사람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내가 조사한 뇌물 사건의 피의자에게 공천 심사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천명하고 공천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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