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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박근혜 앞에서도 나온 정무장관 부활론, 이번엔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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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왼쪽부터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대통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5월 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왼쪽부터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대통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회와 정부, 여야 정당과 청와대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정무장관직 신설이 필요합니다”(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이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4년 전인 2016년 5월 13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 회동 말미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눈 대화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소통과 협치의 필요성이 강조되던 상황에서다. 당시 여권은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주요 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4년 전 상황이 마치 판박이처럼 28일 청와대 회동에서 재현됐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정무장관직 부활을 제안하자 문 대통령이 “의논해보라”고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차기 국회 개원(開院)을 앞두던 시점, 청와대라는 공간, 대통령과 여야 원내 사령탑이라는 등장인물, 나눈 대화 내용이 공교롭게 모두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참을 함께하고, 국정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참을 함께하고, 국정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주 원내대표의 제안에 다음날 여당에서는 “좋은 제안”이란 반응이 나왔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검토를 지시했다고 본다”며 “유의미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토해서 진행을 하게 되면 여야 대화와 청와대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4년 전 청와대 회동 뒤에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정무장관을 신설해 대야 소통을 강화하자는 정 전 원내대표 제안에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도 “야당이 정무장관 신설에 긍정적인 만큼 정무장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 박 전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중진급의 화합형 인사가 적임자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무장관 후보로 서청원ㆍ정갑윤ㆍ정우택ㆍ최경환ㆍ이정현 의원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기존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역할 충돌, 정부조직법 개정 추진 등이 꼬이면서 정무장관 부활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 정무장관과 정무수석의 위상ㆍ역할 때문에 충돌할 수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마다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 수석은 “통상 야당은 정부가 비대해지는 것을 반대한다. 정무장관을 신설하면 예산도 인원도 늘고 정부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 있었던 정무장관 직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특임장관’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주 원내대표는 초대 특임장관이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폐지됐다.

정무장관직 부활은 협치 필요성이 강조될 때마다 논의되곤 했다. 특임장관을 폐지한 박근혜 정권에서도 출범 첫해인 2013년 4월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당청 간 소통을 위해 정무장관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그 해 6월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치를 회복하자”며 같은 얘기를 했다.

현 정부 출범 초에도 민주당 일각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감안한 대야 소통 차원의 정무장관 신설을 추진했지만 청와대 측이 반대하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과거 특임장관 시절 입법통과율이 4배로 올라갔던 실적까지 거론했고 대통령이 화답한 만큼 긍정적인 분위기”라며 “정부 직제 문제를 넘어 협치라는 정치 영역에서 판단한다면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도한 수석 역시 “야당이 먼저 제의한 것이라 긍정적으로 검토할 대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질병관리본부를 청(廳)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무장관 부활 문제도 함께 검토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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