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이토록 싱그러운 감귤꽃 꿀이 왜 B급 대접 받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0.05.29 10:00

업데이트 2020.05.29 10:10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4)

추운 겨울 목이 칼칼하고 아플 때마다 어머니가 가끔 만들어 주시던 달달하고 따뜻했던 꿀물차. 어머니의 어머니 시대 전부터 민간요법으로 꿀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다. 인류가 꿀을 생산하고 섭취했다는 것은 BC7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의 동굴벽화, 암각화에서 이미 나타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꿀벌의 모양이 왕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됐고 왕의 피라미드에도 꿀단지를 함께 넣어 벌꿀의 귀중함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또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열이 날 때면 벌꿀을 처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오래전부터 의학용으로도 사용됐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의 집단적인 상태를 연구 분석하여 그 자료를 기록해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꿀은 인류와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역사가 깊은 식품이다. 그럼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양봉이라는 개념이 시작되었을까? 우리나라 양봉의 기원은 기록상 고구려 시대에 중국과 인도에서 전파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 이전부터 바위틈과 나무구멍에서 이미 꿀을 발견하고 생활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헌상 흥미로운 점은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의 양봉기술이 꿀벌과 함께 일본에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의자왕 시대, 꿀통을 일본으로 가지고 가 양봉 기술을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규합총서』에는 벌꿀을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고, 『동의보감』에는 꿀벌이 영약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미 양봉은 오랜 시절부터 식품과 의학, 수출의 역할도 함께 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주의 양봉 농부님들은 1년 중 5월과 6월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는 감귤꽃 꿀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 짧은 기간 동안 1년 동안에 판매될 꿀을 채집한다. [사진 강병욱]

제주의 양봉 농부님들은 1년 중 5월과 6월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는 감귤꽃 꿀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 짧은 기간 동안 1년 동안에 판매될 꿀을 채집한다. [사진 강병욱]

꿀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아카시아 꿀, 싸리 꿀, 오디 꿀, 잡화 꿀 등 그 종류는 손으로 세어 나가기조차 힘들다. 오늘 우리가 알아볼 꿀은 제주도 특화 상품인 ‘제주 감귤꽃 꿀(밀감 꿀)’이다. ‘제주 감귤꽃 꿀’에 관해 알아보기 전에 간단하게 제주 감귤재배에 변천 과정을 알아보려고 한다.

1960년대까지 전체 경지면적의 58%에서 맥류와 잡곡 위주의 식량작물이 재배되었다. 이는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주곡자급 정책에 의해 미곡과 맥류, 두류, 서류 등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식량작물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감귤재배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이라고 볼 수 있다. 감귤과 채소류 재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제주지역에서의 농산물 생산 구조를 식량작물에서 감귤과 채소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시기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제주에 많은 양봉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꿀의 종류 중에 ‘제주 감귤꽃 꿀’의 특징은 무엇일까? 설탕을 섞지 않은 100% 순 꿀로써 감귤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 감귤꽃 꿀’은 일반 꿀보다 미네랄, 단백질,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 면역력을 높이는데 아주 큰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과 혈압유지에도 효과적이다. 일반 꿀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상큼하고 은은한 기분 좋은 단맛이 특징이다.

제주의 양봉 농부님들은 1년 중 5월과 6월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는 감귤꽃 꿀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 짧은 기간 동안 1년 동안에 판매될 꿀을 채집한다. 그래서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농부와 함께 산으로 향했다. 주로 꿀은 새벽 5시쯤 채취하기 시작한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꿀은 기온, 습도, 날씨에 민감해 아침 해를 받으면 꿀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 감귤꽃 꿀’은 일반 꿀보다 미네랄, 단백질,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 면역력을 높이는데 아주 큰 작용을 한다. 일반 꿀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상큼하고 은은한 기분 좋은 단맛이 특징이다.

‘제주 감귤꽃 꿀’은 일반 꿀보다 미네랄, 단백질,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 면역력을 높이는데 아주 큰 작용을 한다. 일반 꿀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상큼하고 은은한 기분 좋은 단맛이 특징이다.

가장 좋은 꿀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묽은 느낌의 꿀을 채취해야 하는데 이 시기가 새벽 해뜨기 전이라고 한다. 파트별로 벌통을 열어 꿀을 채취하고 이것을 다시 옮겨 꿀을 추출하는 일을 반복한다. 해 뜨기 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므로 하루에 많은 양의 꿀을 채취할 수가 없다. ‘제주 감귤꽃 꿀’을 채취하면서 만난 농부들은 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60% 이상의 꿀은 아카시아 꿀과 잡화꿀이라고 한다.

제주에서만 생산 가능한 ‘감귤꽃 꿀’은 특산품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B급 취급을 받으면서 위에 꿀에 비해 많이 밀리고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해주셨다. 제주감귤이 있는 농장에 벌통을 두면 반경 1㎞에서 일벌이 활동해서 제주감귤 꿀을 만들어 낸다. 감귤이 있는 곳에는 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서 ‘제주 감귤꽃 꿀’이 좀 더 대중에게 알려지고 새로운 농가의 수입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박을 사용하여 빙수를 만들어 보았다. ‘감귤꽃 꿀’에 살짝 절여진 수박은 수박의 상큼한 맛과 꿀의 달달한 향이 입혀져서 더욱 좋은 식감을 선사해 주었다.

수박을 사용하여 빙수를 만들어 보았다. ‘감귤꽃 꿀’에 살짝 절여진 수박은 수박의 상큼한 맛과 꿀의 달달한 향이 입혀져서 더욱 좋은 식감을 선사해 주었다.

새벽에 채취한 싱싱한 꿀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어 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주로 꿀은 요리할 때 주재료보다는 함께 하는 식재료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로 많이 사용한다. 꿀에 관해 좀 더 힘을 주기 위해 디저트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제주 수박을 사용하여 빙수를 만들어 보았다.

수박을 먹기 좋게 작게 잘라 꿀물을 만들어 살짝 절였다. ‘감귤꽃 꿀’에 살짝 절인 수박은 수박의 상큼한 맛과 꿀의 달달한 향이 입혀져서 더욱 좋은 식감을 선사해 주었다. 빙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얼음은 시칠리아의 디저트인 그라니타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라니타를 만들 때는 물, 설탕을 기본으로 얼음을 만드는데, ‘제주 감귤꽃 꿀’을 활용해서 꿀물을 만들고 수박을 갈아 수박색이 나는 얼음을 만들었다. 직접 채취한 꿀을 활용해서 바로 만들어 보니 상큼하고 입에 남지 않는 달달한 꿀맛을 느낄 수 있었다.

벌집에서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만 마리의 일벌이 조직을 이루며 그들만의 독특한 생존방식과 규율로 살아간다. 혹여나 말벌이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자신들에게 해를 가한다고 생각하면 한 번뿐인 목숨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그들의 꿀과 여왕벌을 지키며 자신들의 철학을 이어간다. 자신의 것을 끝까지 지켜나가기 위해 어떠한 헌신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오랜 시간 동안 장인정신으로 농업을 이어가는 농부들과 겹쳐져서 다시 한번 존경심이 느껴졌다.

리치테이블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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