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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넷플릭스를 보며 페달을 밟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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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이건 스포츠 얘기는 아니다. 미국 한 소도시의 대학으로 연수 갔던 2009년, 당시 동네 쇼핑몰에 ‘블록버스터 비디오’라는 DVD 대여 체인점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가 1년 뒤면 사라질 그 체인의 마지막 시절이었다. 1985년 웨인 후이젠가(1937~2018)가 세운 이 회사의 전성기에는 매장이 사흘마다 두 개꼴로 늘었다. 북미와 일본에 9000여 개 매장을 둘 만큼 잘 나갔다.

하지만 케이블·위성방송의 보급, 1997년 문을 연 ‘넷플릭스’ 추격에, 결국 2010년 파산 신청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60)는 블록버스터 비디오의 비싼 연체료에 불만을 품고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사업 초기,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고 이를 반납해야 새로 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인터넷이 널리 퍼진 2007년, 지금과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넷플릭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정에서 펠로톤으로 운동하는 모습. [사진 펠로톤]

가정에서 펠로톤으로 운동하는 모습. [사진 펠로톤]

이건 스포츠 얘기다. 미국에 잘 나가는 ‘펠로톤(Peloton)’이라는 홈트레이닝(홈트) 업체가 있다. 이 업체의 별명은 ‘홈트의 넷플릭스’다. 2000년대 초반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스피닝’이라는 실내 자전거 운동이 유행했다. 강사와 함께 음악에 맞춰 하는 그룹 운동이었다. 이런 형태와 종류의 프로그램을 ‘부티크 피트니스’라고 부른다. 스피닝의 일종인 ‘소울사이클’ 사용자 존 폴리(49)는 2012년 가정용 온라인 스피닝인 펠로톤을 창업했다. 펠로톤 전용 자전거에는 큰 화면의 태블릿이 달렸고, 인터넷이 연결된다. 사용자는 스트리밍되는 강사의 진행 화면을 보며 페달을 밟는다. 운동 데이터가 강사에게 전달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다.

인기가 치솟았다. 펠로톤은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피트니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가운데 펠로톤은 사용자도, 매출도, 순익도 급증했다. 펠로톤 애용자인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마스(이상 골프), 고든 헤이워드(농구), 빅토리아 아자렌카(테니스) 등 스포츠 스타들은 30일 펠로톤 자선 레이스 대회도 연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국내 프로야구(KBO리그), 축구(K리그), 골프(KLPGA투어)가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스포츠에 목마른 해외에도 중계되자 “K방역의 대표적 성과” “K스포츠는 새로운 한류” 등등 자부심을 세웠다. 정말 미국, 유럽을 보며 우월감을 즐겨도 되는 상황일까.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맞는가.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오늘도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실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넷플릭스로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 새 에피소드를 시청하면서.

장혜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