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갑툭튀 차도 계산하죠”

중앙일보

입력 2020.05.29 00:03

업데이트 2020.05.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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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쏘카-라이드플럭스가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 [사진 라이드플럭스]

쏘카-라이드플럭스가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 [사진 라이드플럭스]

지난 27일 제주국제공항. 승용차가 천천히 공항을 벗어났다. 깜빡이(방향 지시등)를 켜고 차로를 바꿔 시내로 진입했다. 몇 번의 횡단보도와 교차로를 지났다. 유턴도 했다. 하지만 운전석의 핸들과 레버는 스스로 움직였다. 그것만 빼면 일반 승용차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인터뷰
쏘카와 제주 자율주행 셔틀 사업
“사람이 운전하는 차는 예측불허
그걸 대비하는 게 자율주행 핵심”

자율주행 기업 라이드플럭스와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지난 18일부터 제주에서 완전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 중이다. 공항에서 쏘카 차량이 있는 장소까지 5km 구간이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를 제주시 노형동의 회사 차고지에서 만났다. 그는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업의 정의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일문일답.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우버 등 부분자율주행 차량 사고는 기술 오류가 아닌 운전자의 딴짓 때문이었다“며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없애는 게 아니라, 운전의 정의를 바꾼다“고 말했다. [사진 라이드플럭스]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우버 등 부분자율주행 차량 사고는 기술 오류가 아닌 운전자의 딴짓 때문이었다“며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없애는 게 아니라, 운전의 정의를 바꾼다“고 말했다. [사진 라이드플럭스]

왜 이 구간에서 시작했나.
“차량이 많고 이면도로와 교차로 등이 있어 어려운 구간이다. 다양한 상황을 겪어야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 시험 운행을 포함해 2000번 주행했다.”
2000번 주행에서 뭘 배웠나.
“현실과 기술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차로를 연속으로 바꿔야 한다. 시속 30㎞ 제한을 지키는 것은 우리 차뿐이었다. 제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다른 차의 양보를 받고 차로를 바꾸는 걸 학습했다.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도 피해야 한다.”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무섭겠다.
"자율주행차는 규칙을 지킨다. 안 지키는 건 사람이다. 그래서 예측 기술이 중요하다. 저기 서 있는 사람이 길을 건널지, 멈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밀 지도에는 ‘무단횡단이 잦은 곳’, ‘차들이 우회전하려고 나란히 서는 곳’ 같은 정보도 담긴다.”

현행법은 무인 자율주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량 앞자리에는 전문 교육을 받은 안전 감독관 두 명이 탄다. 만일 위급 상황이 생기면 즉시 사람이 운전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자율주행 시대에 운전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책임감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방심한다. 우버와 테슬라의 부분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낸 적이 있다. 탑승했던 운전자의 딴짓 때문이었다. 안이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주의 의무를 다하는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박 대표는 MIT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이드플럭스는 박 대표와 윤호 박사(서울대 기계항공공학)가 2018년 창업했다. 박 대표의 MIT대 지도교수인 칼 이아그네마 박사가 기술 자문을 한다. 그는 세계 3위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의 기술 부문 사장이다.

왜 제주에서 운행하나.
"첫째는 환경이다. 섬 안에서 해안·산악·평지 같은 다양한 교통 환경과 기후 변화를 압축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둘째는 서비스다. 제주에선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이 대부분 차 없이 들어와 잘 모르는 도로를 운행한다. 셋째는 안전이다. 제주에선 렌터카 사고 비율이 높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도로에 자율주행차만 달린다면 법규 위반이 없어 교통사고가 사라질 거다.”
쏘카와 협력하는 이유는.
"완전 자율주행이 확산하면 개인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의 단가도 비싸다. 그러니 필요할 때만 쓰는 게 합리적이다. 구글의 웨이모는 승차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한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공유와 자율주행 기술은 같이 간다.”

제주=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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