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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30만명 가담 않고선 조작 불가능”…투·개표 과정 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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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리에 참여한 30만여 명이 모두 조작에 관여하지 않고서는 선거 부정이 불가능합니다.”

김판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장은 28일 일각에서 제기하는 4·15 총선 부정 의혹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투·개표 대 언론 공개 시연회’에서 “단편적인 면만 부각해 투·개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여론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선관위가 시연 행사를 한 건 2013년 1월 이후 7년 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시연회는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과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선거 부정 의혹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선관위는 총선 당시의 투·개표 상황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 기표·투표·개표·검표 등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재현했다. 논란이 된 ‘투표함 부실관리’ 의혹과 관련해선 특수 봉인지 부착 과정을 시연해 투표함을 강제로 개봉했을 시 봉인지에 격자무늬가 생기는 점 등을 설명했다.

시연에 나선 조규영 선관위 선거 1과장은 “실제 개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진행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선거용지 바꿔치기나 특정 후보에 대한 득표수 부풀리기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접근 불가능한 보안 시스템"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 등 개표 및 집계 과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해체해 통신 장비 부착이나 해킹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 유튜브 채널 등에선 선관위가 투표지 분류기에 외부 통신장치를 연결돼 득표수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과정에 사용되는 노트북을 분해해 랜카드가 삽입되지 않은 상태로 제작돼 외부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과정에 사용되는 노트북을 분해해 랜카드가 삽입되지 않은 상태로 제작돼 외부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뉴스1]

이와 관련 유훈옥 선관위 선거2과장은 “투표지 분류기와 연결된 노트북은 별도의 요청을 통해 외부 랜카드를 제거한 상태로 제작됐고 USB 포트 역시 선관위가 인증한 보안 USB가 아니면 인식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부분에서 보안 체계를 갖춰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된 해명에도 “해킹이나 외부 통신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유 과장은 “의혹이 남았다고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해킹을 하거나 외부 통신망 연결에 성공할 수 있는 분이 여기 계신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믿지 못하고 실제 사례나 실체 없이 의혹만으로 접근하시는 것은 비논리적이다”라고 했다.

"국가 시스템에 자체에 대한 불신"

투표함을 개봉해 투표지를 분류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는 선관위 관계자. [연합뉴스]

투표함을 개봉해 투표지를 분류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는 선관위 관계자. [연합뉴스]

시연회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선 기자들과 선관위 측 공방이 오가며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특히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외부 해킹 가능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김판석 선거국장은 “이런 의혹은 선거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이라며 “국가 시스템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근거 없이 부정 의혹만 제기하면 저희가 어디까지 해명을 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에 시연회 자리에 온 한 기자가 “국민 알기를 어떻게 아는 거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선관위 측은 해당 기자를 퇴장시켰다.

다만 선관위는 민 의원이 자체 입수한 6장의 투표용지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는 '투표용지 유출 의혹'에 대해선 유출 경위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김판석 선거 국장은 "투표용지 탈취 사건은 저희로서도 초유의 상황이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검찰에서 조속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선관위 시연회에 대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 놓고 한 달 뒤에 시연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뉴스1]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선관위 시연회에 대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 놓고 한 달 뒤에 시연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뉴스1]

시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공명선거쟁취총연합회 회원 50여명은 선관위 정문 앞에서 “부정 선거 진상규명” “보여주기식 해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앞서 이날 오전엔 민경욱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시연회는) 음주운전 사고를 내놓고 한 달 뒤에 시연하는 것과 똑같다”며 “투표지 분류기가 여러 개가 있는데 검찰에게 맡겨 증명해야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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