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 적다"더니…반나절 만에 수도권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 방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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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물류센터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보건당국이 수도권에 한해 한층 강화된 방역지침을 내놨다.

"상황 달라져 수도권에 강화된 방역 수칙 발동" #"학생 보호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부분 적용"

다음달 14일까지 17일간 연수원·미술관·박물관·공원 등 수도권 내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수도권 지역의 유흥주점·노래연습장·학원·PC방 등의 운영 자제도 권고했다.

이 기간 가급적 외출과 모임, 행사를 자제할 것도 당부했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조치들이다. 보건당국은 다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되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조치를 부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긴급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하는 박능후 장관. 연합뉴스

코로나19 긴급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하는 박능후 장관. 연합뉴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도권 내에서 연쇄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환자가 잠복해 있을 위험성이 큰 상황”이라며 “1~2주의 기간이 수도권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 여부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빠른 시간 안에 (확산세가) 안정된다면 의료체계 내에서 충분히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다”며 “치료하는데 인적·물적 자원에 제한이 없겠다는 판단이 되면 거리두기의 강도를 조정할 실익은 적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치동 학원가. 중앙포토

대치동 학원가. 중앙포토

하지만 반나절 만에 대응 톤이 달라진 것이다.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오전 브리핑을 할 때는 어제(27일) 저녁까지의 상황 인식을 기초로 했다”며 “오늘 아침까지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을 초과하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몇 시간 시차를 두고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 82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전날 오전 9시보다 46명 늘어난 수치다. 그리고 반나절만인 이날 오후 6시30분 현재 물류센터 확진자는 94명으로 12명이나 더 늘어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강화했지만 당국은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금도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는 유지된다”며 “종교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에 광범위한 거리두기와 집합제한을 두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라 한다면 수도권에 한정된 방역 조치 강화는 그보다 강도가 약한, 학생들이 주로 찾는 사회적 위험시설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연기됐던 등교 개학 재개 이틀째인 28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그네를 타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김성태 기자

코로나 19 사태로 연기됐던 등교 개학 재개 이틀째인 28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그네를 타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김성태 기자

박 장관은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위험도가 높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수도권에 한정해 강화된 방역수칙을 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들이 계속해서 나타나 선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조치들을 부분적으로 적용했다”고 부연했다.

향후 신규 확진자 수와 n차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여지도 크다. 박능후 장관은 “좀 더 상황이 악화할 경우 부득이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환원할 수도 있다”며“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방역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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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이후) 오늘 처음 50명을 넘어서는 신규환자가 나왔다”며 “적어도 일주일 이상 계속될 경우 생활 속 방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렇게 전환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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