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선엽 장군 "어떤 특혜 없이 대전현충원에 묻히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020.05.28 17:06

업데이트 2020.05.28 19:40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권혁재 기자]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권혁재 기자]

6ㆍ25전쟁 영웅인 백선엽(100) 예비역 대장의 가족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충원 논란’이 있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백선엽 장군은 노환으로 위독한 상태다.

야당은 국가보훈처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백선엽 장군을 사후 서울현충원(동작동)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싸움에 백 장군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는 게 백 장군 가족의 뜻이다.

2018년 11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백수(白壽. 한국나이 99세)연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무릎을꿇으며 백 장군에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1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백수(白壽. 한국나이 99세)연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무릎을꿇으며 백 장군에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백 장군 측 관계자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전하면서 “백 장군 본인은 대전현충원에 묘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군 측에 따르면 그의 가족은 당초 경상북도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장지로 검토했다. 백 장군은 6ㆍ25전쟁 초기인 1950년 8월 육군 제1사단을 이끌고 다부동 일대에서 북한군 3개 사단을 물리쳤다. 이 승리로 북한군은 대구를 점령하지 못했고, 다부동 전투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전투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백 장군의 뜻은 달랐다. 백 장군은 가족들의 얘기를 들은 뒤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 개인 묘지를 만들면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이를 만류하면서 “내 묏자리는 대전현충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 장군 측 관계자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서울현충원에서 ‘국가유공자 묘역에 백 장군 묘지를 만들겠다’는 연락이 오긴 했다”면서도 “백 장군 본인도 원칙대로라면 대전현충원이 장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훈처 측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뽑혀 나가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스럽다’는 뜻을 밝혔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런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며 “정치권의 국립묘지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선 지나가는 말로 의견을 나눈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당을 중심으로 친일ㆍ반민족 인사를 현충원에서 이장한다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은 현재 장군 묘역이 꽉 찬 상태다. 1985년 이미 묘지 터가 꽉 찼다. 그래서 백 장군이 임종한다면 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에 매장해야 한다는 게 보훈처의 입장이다.

6ㆍ25전쟁 때 도솔산 전투에서 대승을 거둬 ‘무적 해병’의 휘호를 받은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도 지난해 10월 별세 후 장지를 대전현충원에 마련했다. ‘베트남전 영웅’으로 불렸던 채명신 예비역 중장은 2013년 '파월 장병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영면했다.

백 장군은 지난 2018년 11월 주한미군이 열었던 백수(白壽ㆍ한국 나이 99세)연에 참석할 정도로 건강이 좋았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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