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어서 밖에 나가기 힘드니까 항상 쿠팡에서 장을 봤거든요. 그런데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니까 많이 불안하죠.”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소현(35)씨의 말이다. 그는 “집이 바로 쿠팡 부천물류센터 옆”이라며 “불안해서 이미 배달온 택배 상자는 비닐장갑을 끼고 열었다”고 전했다.
택배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팡·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이어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박스 위에 소독제 뿌려” “찝찝해서 주문취소”
28일 오전 기준 쿠팡 부천물류센터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80명을 넘었다. 마켓컬리 장지 상온1물류센터에선 지난 24일 확진자가 1명이 발생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은 전량 폐기하고, 센터 운영을 재개할 때까지 상온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마켓컬리 물류센터뿐 아니라 경기도 광주 소재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확진자는 지난 12~17일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고, 24~26일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서 물품 분류 업무를 담당했다.
전문가들은 택배 상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이박스에서 약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며 “요즘처럼 온도·습도가 높으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 기간도 더 단축돼 택배 상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임산부 김모(31)씨는 “박스를 통한 감염은 적다고 해도, 온라인으로 과일 같은 신선 식품을 자주 시켰는데 혹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까 봐 며칠 동안 먹고 싶은 과일이 있는데 참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편으론 그동안 편하게 이용해온 서비스 뒤엔 아파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찝찝해서 아예 주문한 걸 취소했다” “택배 박스에 소독제 뿌렸다” 는 글도 올라왔다. “이미 배달온 음식을 먹었는데 불안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소비자들을 의식해 자신들의 상품이 확진자가 발생한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는다고 홍보한다. 한 부대찌개 업체는 27일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우리 부대찌개는 쿠팡 물류센터를 거치치 않는 시스템이다. 매장에서 직접 포장해 발송한다”며 “쿠팡 페이지를 쓰지만, 물류센터는 근처도 안 가니 걱정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박스 위 소독제 뿌리기? 추천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택배 상자에 소독제를 뿌리는 방식은 권장하지 않았다. 김우주 교수는 “소독제를 뿌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박스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주변에 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소독제를 뿌리기보단 상자를 만진 후 눈·코·입을 만지지 말고 손을 깨끗하게 씻길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이관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상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만진 물건을 만진 후엔 손을 당연히 씻어야 한다”며 “철저한 손 위생 관리를 하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은 흐르는 물에 씻거나 조리 후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80도에서 사멸하는 만큼 식품을 끓이거나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며 “열을 가할 수 없는 과일은 흐르는 물에 씻어 바이러스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